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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상산고 사태’ 자초한 정부, 정책 혼선 누가 책임지나

등록 2019-07-26 18:32수정 2019-07-26 18:55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상산고의 자사고 유지와 안산동산고·군산중앙고 일반고 전환 등 자율형 사립고 재지정 여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상산고의 자사고 유지와 안산동산고·군산중앙고 일반고 전환 등 자율형 사립고 재지정 여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전북 전주 상산고가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로 남게 됐다. 교육부는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를 동의해 달라는 전북교육청의 요청에 “사회통합전형 선발 비율 지표가 재량권을 일탈 또는 남용해 위법하고 평가 적정성도 부족하다고 판단해 ‘부동의’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상산고처럼 ‘자립형 사립고’로 출발한 전국 단위 자사고는 사회통합전형 비율에 대한 법적 의무가 없는데 이 기준을 잘못 적용했다는 것이다. 사소한 꼬투리를 잡아 정부 스스로 ‘사회통합’이라는 교육 정책 기조를 뒤집었다고 비판받아도 할 말이 없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광역 단위 자사고들의 사회통합전형 비율이 20%가 넘도록 규정하면서도, 전국 단위 자사고를 예외로 하는 부칙 조항을 두고 있는 게 맞다. 그러나 ‘특권교육 철폐’를 내건 문재인 정부가 자사고 안에서도 다시 특권을 주는 이 조항을 방치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시행령 개정은 정부 재량 사항이다. 더구나 이미 박근혜 정부 때부터 전국 단위 자사고도 사회통합전형 비율을 10% 이상 끌어올리도록 재지정 평가로 유도하기로 했는데, 문재인 정부가 이 조항을 ‘부동의’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놀랍다.

교육부의 결정은 정치권의 압박과 지역 여론에 휘둘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들이 전북교육청에 평가 관련 자료를 97건이나 요구하는 등 결정을 바꾸기 위해 전방위적 압박을 가한 게 사실이다. 이런 압박 자체가 상산고로 상징되는 특권교육의 본질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상산고가 다양성과 정반대되는 ‘의대 입시 전문학원’이란 비판도 거세게 일었다. 교육부의 이번 결정이 상산고 한 학교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 건 그 때문이다. 교육부가 전북교육청의 자치권을 훼손하면서까지 특권교육 세력의 손을 들어줬다는 비판에 뭐라고 답할 것인가.

이번 결정의 후폭풍은 온전히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정부를 믿었던 학생과 학부모들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재지정된 자사고에 대한 편중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무거운 짐을 지방교육청들에 떠넘긴 채 ‘빨간펜’만 쥐고 교육개혁의 과실을 얻으려다 부메랑을 맞은 것은 아닌지 통렬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고교교육 정상화를 기대했다가 실망에 빠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교육개혁의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외고와 국제고 등의 일반고 전환을 비롯한 고교체제 개편 일정을 서둘러 제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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