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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교육 불평등’ 해소 논의 ‘거꾸로’ 돌리는 정치권

등록 2019-09-17 17:57수정 2019-09-17 18:45

지난 11일 조국 법무부 장관과의 만남에 앞서 ‘청년전태일’ 회원 등 청년들이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11일 조국 법무부 장관과의 만남에 앞서 ‘청년전태일’ 회원 등 청년들이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한 요구가 거센 가운데 이를 거꾸로 돌리거나 혼란을 부추기는 움직임이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다. 일부 여론에 편승해 근본적인 교육개혁의 논의를 가로막는 행태로, 몹시 우려스럽다.

17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소위에는 자사고 등의 법적 지위를 강화하는 내용의, 자유한국당 김한표 의원과 김승희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올라왔다. 일부 차이는 있지만 한마디로 자사고 등의 ‘영원한 지위’를 보장해주겠다는 것이다. 현재 자사고·특목고는 시행령에 따라 한시적으로 규정된 존재로, 5년마다 교육감의 재지정 평가를 받게 했는데, 개정안대로라면 그럴 필요가 없어진다. 지정 취소 사유에 ‘중대한 법령 위반 행위’를 넣고 교육감 재량권을 제한하는 식으로 취소 자체를 어렵게 했다. 자사고에 학생선발권 부여를 명시한 법안도 있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도 유분수지, 터무니없다.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둘러싼 거센 논란 과정에서 드러났듯, 자사고·특목고가 애초 출범 취지와 달리 입시사관학교로 변질되어 고교서열을 부추기고 학생들을 어릴 때부터 사교육으로 내모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일부 주장대로 정말 질 좋은 교육이라면, 왜 그런 교육이 특정 계층의 소수 학생들에게 집중되어야 하는가.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 입시 의혹이 우리 사회에 불러일으킨 질문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법안 통과 가능성은 높지 않다지만, 조 장관 의혹 제기에 앞장서다가 뒤에선 이런 법안을 내놓는 행태는 ‘뻔뻔하다’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이 최근 ‘정시 50% 이상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 것은 또다른 의미에서 적절하지 않다. 특히 김 의원이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문제점의 근거로 공개한 서울대 수시 합격생들의 봉사·동아리활동시간·수상실적 등은 3년치 활동을 1년치로 보는 ‘착시효과’를 일으키는 자료였다. 학종이 ‘금수저 전형’이란 일반적 인식과 달리 상류층이 정시를 더 선호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 상황에서, 입시제도 변경은 신중하고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쳐야지 정치권이 섣불리 재단할 사안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대국민 메시지에서 고교서열과 입시제도 개선 등을 언급한 이래, ‘백가쟁명’을 방불케 하는 의견이 제출되고 있다. 정확한 현실 진단과 공교육의 지향점을 명확히 한 위에서 이번만큼은 단편적 제도개선에서 벗어나야 한다. 혼란을 틈타 특정 계층의 이해를 강화하는 주장을 내놓는 건 정치권의 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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