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포스트 코로나(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국가의 중요 과제로 ‘그린 뉴딜’을 제시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비롯한 환경 관련 투자를 이끌어 고용을 촉진하고 경제 활력도 높이겠다는 뜻이다. 감염병 사태로 환경 위기 의식이 높아진 때 나온 적절한 방향 제시라 본다. 환경과 경제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자는 그린 뉴딜은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이번 주말이나 다음주 초 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국토교통부로부터 그린 뉴딜 사업에 대한 합동 서면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지난 12일 국무회의 비공개 토론 때 나온 지시의 후속 조처다. 문 대통령은 “그린 뉴딜은 그 자체로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참모진에게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강 대변인은 그린 뉴딜 관련 사업을 포스트 코로나의 중요 과제로 추진해나가는 것이 문 대통령의 뜻이라고도 했다.
정부가 지난 7일 밝힌 ‘한국형 뉴딜’ 구상을 둘러싸고 그린 뉴딜이 빠져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온 터였다. 한국형 뉴딜의 기본 얼개인 ‘3대 프로젝트 10개 중점 과제’는 디지털과 비대면화에 초점을 뒀을 뿐 생태와 환경이라는 시대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 방역에서 성가를 높인 한국이 에너지 전환과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 의제에서는 뒤처져 국제사회에서 ‘기후 악당’으로 불리는 씁쓸한 현실이 여기에 겹친다.
유럽에서는 전기자동차 생산 과정에서 쓰이는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로 만들도록 강제하려고 할 정도로 국제적 환경 규제가 날로 강해지고 있다. 환경 대응뿐 아니라 산업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린 뉴딜이 필수임을 보여준다. 재생에너지, 미래형 자동차, 친환경 건축 같은 그린 뉴딜 분야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와도 바로 연결된다.
정부에서 제시한 그린 뉴딜의 개념이나 방향이 아직은 뚜렷하지 않다. 4개 부처 업무 보고에 내실 있는 내용이 담기기를 바란다. ‘녹색 성장’이란 구호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4대강 사업’ 같은 토목·건설 투자로 내달려 ‘무늬만 녹색’이었던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이런 점에서 한국형 뉴딜과 그린 뉴딜을 연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디지털·비대면화에만 초점을 맞추다가는 생태·환경 가치와 충돌할 수 있고,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는 과제에서 멀어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