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강당에서 열린 ‘21대 국회의원 신고재산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의원 셋 중 한명꼴로 집을 2채 이상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21대 총선 후보자 등록 때 신고한 재산을 분석한 결과다. 경실련 조사를 보면, 본인이나 배우자 이름으로 2주택 이상을 보유한 의원 수는 88명, 전체의 29.3%였다. 이는 국민 평균 다주택자 비중(15.6%)보다 2배나 큰 것이다.
고위 공직자의 부동산 보유를 무조건 비난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서 의원의 절반 이상이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집부자’들이 많다는 것은, 우리 사회 지도층에 뿌리박힌 ‘부동산 불패신화’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무주택 서민들로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국회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 세법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곳이다. 다주택 의원들이 자신이 보유한 부동산 세금 부담을 늘리거나 가격을 떨어뜨리는 입법에 선뜻 나설 수 있겠는가. 박덕흠 미래통합당 의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박 의원은 본인과 가족들 명의로 서울 강남에 아파트 2채와 상가 2채, 경기 가평에 단독주택 1채를 보유하고 있다. 공시가격 기준으로만 77억원에 이른다. 박 의원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국토교통위원회 야당 간사직을 맡았고, 정부의 공시가격 인상 속도를 제한하고 종합부동산세 대상과 세율을 완화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입법 활동이 자신의 이해관계와는 무관하게 이뤄졌다고 볼 수 있을지 강한 의문이 든다.
새로 출범한 21대 국회에서는 이런 이해충돌 상황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동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현행 국회법 48조는 “공정을 기할 수 없는 뚜렷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할 때” 특정 상임위원회 선임을 배제할 수 있게 돼 있다. 국회법 취지를 적극 살려 부동산 정책과 세법을 다루는 국토교통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다주택 의원들을 원천적으로 배제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국회의 부동산 관련 입법 활동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해 말 수도권에 2채 이상 집을 가진 참모진에게 6개월 이내에 1채 외엔 처분할 것을 권고했다. 대상자 8명 가운데 지금까지 다주택을 해소한 이는 1명뿐이라고 한다. 지난 총선 때 민주당은 공천을 받은 후보들한테서 다주택 처분 서약을 받았다. 국민을 상대로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