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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상식이 된 차별금지법, 21대 국회는 응답하라

등록 2020-06-30 18:43수정 2020-07-01 02:41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한 의견표명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한 의견표명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14년 동안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차별금지법이 29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 주도로 다시 발의됐다. 30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평등 및 차별 금지에 관한 법률’(평등법) 제정을 촉구하는 의견을 국회에 표명했다. 인권위는 “평등법 제정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당면 과제”라고 강조했다.

참여정부 때 인권위의 입법 권고로 처음 발의된 차별금지법의 역사는 ‘수난사’라고 불러도 될 만큼 그동안 국회에서 발의, 철회, 폐기를 반복해왔다. 보수 개신교 교단을 중심으로 차별금지법 항목에 ‘성적 취향’이 포함되는 걸 격렬히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의원들이 낙선운동도 불사하겠다는 개신교 유권자들의 압박에 굴복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차별금지법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후보 토론회에서 “동성애에 반대한다”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은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가 이미 차별금지법을 제정했으며 절반이 넘는 20개국에서는 동성 간 결혼도 허용한다. 법 제정에 대한 국제사회의 요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번에 발의된 차별금지법은 성별, 장애, 나이,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 23개 항목을 규정하고 있으며 인권위가 마련한 평등법도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등을 포함해 21개 차별 사유를 적시했다. 보수 개신교 신자들은 법안에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등을 빼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나열된 항목들은 모든 차별을 금지한다는 취지에서 구체적 사유를 세분화해 명시한 것이다. 여기서 성적 지향 등 엄존하는 특정한 차별을 제외한다면 이 법은 되레 특정 차별을 부추기는 ‘차별 조장법’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인권과 차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권위가 지난 3월 실시한 ‘국민 인식 조사’에서 성인 10명 중 9명이 차별금지법에 찬성했다. 또 10명 중 7명이 넘게 성소수자도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사회 전반적으로 차별금지법 제정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만큼 민주당도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화 갈등 등 우리 사회가 평등과 차별의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 차별금지법은 국민 각자의 존엄성 회복과 민주주의 실현에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다.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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