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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재난지원용으로 통신비 2만원 할인, 생뚱맞다

등록 2020-09-09 18:23수정 2020-09-10 02:40

문재인 대통령(왼쪽 셋째)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 이낙연 대표(오른쪽 둘째)의 인사말이 끝나자 참석자들과 함께 손뼉을 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왼쪽 셋째)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 이낙연 대표(오른쪽 둘째)의 인사말이 끝나자 참석자들과 함께 손뼉을 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와 여당이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한 2차 재난지원금에 13살 이상 전체 국민에게 1인당 2만원의 통신비를 지원해주는 방안을 포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받은 계층을 선별해 집중 지원하기로 한 2차 재난지원금의 취지와는 맞지 않고, 엉뚱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이낙연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연 간담회에서 당·정은 13살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2만원의 통신비를 일괄 지원해주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통신사업자가 통신요금을 깎아주고 정부가 이를 사후 보전해주는 방식일 것이라고 한다. 통신비 감면안은 6일 비공개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거론됐고 17~34살, 50살 이상한테만 지원하기로 했다가 반발 기류에 지원 대상을 넓힌 것으로 알려졌다. 매우 뜨악해 보이는 처사다.

정부·여당 스스로 밝혔듯이 2차 재난지원금은 코로나 재확산으로 경제적 타격을 집중적으로 받은 업종과 계층에 맞춤형 지원을 하기로 한 것이다. 지원 대상을 고르기 어려워 1차 때처럼 전체 국민들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반론을 무릅쓰고 대상을 좁히기로 한 것은,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 무급휴직자 등 취약계층을 집중 지원하는 게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재정의 한계 속에서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터여서 선별 방식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이해할 만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도 동의한 방향이다.

지원 대상을 대폭 넓힌 통신비 할인 방침은 이런 취지에 도무지 어울리지 않아 생뚱맞다. 지원 대상에서 중간 연령대를 빼려다가 도로 집어넣는 과정을 보면서 선심성 지원이라는 의심이 들 뿐 아니라, 코로나 사태라는 엄중한 재난 상황을 희화화하지는 않을까 걱정마저 하게 만든다.

정부는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저소득층, 미취업 청년을 지원하는 내용의 7조원대 추경안을 10일 확정해 11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때와 달리 대상을 선별하는 방식이라 잣대를 무엇으로 삼든 논란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을 상대로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까닭이다. 통신비 절감처럼, 지원 대상을 넓게 하는 방안을 끼워 넣어 반발을 줄이려는 시도는 정도가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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