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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실상 반영 못하고 정책까지 왜곡하는 ‘집값 통계’

등록 2020-10-15 06:59수정 2020-10-15 07:20

11일 서울 잠실한강공원 일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11일 서울 잠실한강공원 일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 정책 수립에 활용되는 집값 통계가 주택 시장의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실거래가 분석으로 확인됐다. 호가 위주로 통계가 작성되고 있는 탓이 커 보인다. 이는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정책 왜곡으로 이어지기에 개선이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실과 한국도시연구소가 분석한 올해 1~8월 실거래가 분석자료를 보면, 서울에서 실제 매매된 아파트 5만8782호의 중위가격은 6억7천만원이었다. 케이비(KB)국민은행 조사로 집계된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9억2003만원보다 2억5003만원이나 낮다. 한국감정원 조사 결과로는 8억4052만원으로 역시 실거래가와 많이 달랐다. 한국감정원과 케이비 자료는 집값 통계의 대표 격이다.

주택 시장 실상과 큰 차이를 보이는 통계 수치는 작성 방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비는 제휴 관계를 맺은 부동산중개업소에서 입력하는 표본주택의 가격을 합산하는 방식으로 월간 동향 자료를 낸다. 호가 위주일 개연성이 높다. 한국감정원도 실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연초에 미리 정한 표본주택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방식이며 호가와 실거래가가 섞인다.

실상과는 다른 이들 통계가 시장 참가자의 행동, 나아가 정부 정책에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 문제다. 올 1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9억원을 넘겼다는 케이비의 자료가 나오자, 언론은 이를 크게 보도했고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인 고가주택(공시가격 9억원)의 기준점을 높여야 한다는 여론까지 일었다. 정부 승인 공식통계이며 정책 수립에 활용되는 한국감정원 자료의 영향력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시장이 불안할 때는 부작용이 덩달아 커진다.

주간 단위 통계로 빚어지는 문제는 더 심하다. 전문성을 띤 300~400명의 정규직 직원을 통해 직접 조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정제돼 있다는 한국감정원 자료에도 결함이 있다. 주간 아파트 동향의 표본 9400호 중 거래되는 주택은 극히 일부일 뿐이기 때문이다. 거래되더라도 실거래가는 계약 뒤 30일 이내 신고하게 돼 있어 주간 통계에 잡히기 어려운 구조다. 미국, 영국에선 모기지 회사를 통해 수집한 실거래 가격을 활용해 월 단위 정도로 공표하고 있다는 것과 많이 다르다.

집값 통계에서 되도록 실거래가를 반영하고 주택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주간 단위 공표는 중단해야 한다는 오랜 지적에도 변화의 기미는 없다. 정책당국, 언론, 소비자의 자료 수요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속성’에 대한 요구에 응하다 보니 통계의 생명인 ‘신뢰성’을 잃고 있는 꼴이다. 부동산 시장의 이해당사자가 개입해 호가 위주로 작성되는 통계는 시장을 오도하고 정책 방향까지 비튼다는 점에서 막아야 한다. 주식 시장 동향 중계하듯이 주간 단위로 부정확한 숫자를 공표해 가격 상승 기대감을 부추기고 시장을 들썩이게 하는 관행을 재고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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