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19차 온택트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표는 국민에게 사과하면서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의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사실상 결정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9일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있는 선택은 아니다. 오히려 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게 책임있는 도리”라면서 이번 주말 전당원 투표를 거쳐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당원 다수가 후보 공천을 바라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표의 말은 4월 보궐선거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유야 어떻든 유감스럽다. 서울·부산이 국내 제1, 제2의 도시라는 정치적 상징성을 고려하더라도, 이렇게 당헌·당규를 뒤집고 후보를 내는 것은 떳떳하지 못한 일이다.
매를 맞더라도 집권당으로서 정치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민주당 지도부의 태도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특히 야당인 국민의힘이 서울과 부산의 시장직을 차지했을 경우 불어닥칠 현실적인 정치적 역풍을 모르는 체하기란 쉽지 않다. 이낙연 대표가 “우리 당 잘못으로 보궐선거를 치르는 데 대해 서울·부산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거듭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인 건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면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당헌에 명문화해놓고 이제 와서 ‘상황이 중대하다’는 이유로 번복하는 건 명분이 약하다. 그렇게 따지면 세상에 중요하지 않은 선거가 어디 있겠는가. 시정 공백과 예산 낭비를 없애기 위해 만든 이 조항은 사문화할 것이고, 민주당은 국민의 표를 얻기 위해 ‘빈 약속’을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더구나 안희정 전 충남지사부터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까지 문제가 된 자치단체장들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란 점에서, ‘선거 참여’ 결정은 자칫 성폭력 사건에 대한 민주당의 인식이 너무 가벼운 거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낙연 대표도 이를 의식했는지 “특히 피해 여성께 마음을 다해 사과드린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민주당은 이낙연 대표 사과와 전당원 투표라는 절차만으로 선거 참여의 정당성을 주장해선 안 된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좀 더 분명하게 국민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앞으로 필요하리라 본다. 그 지난한 과정과 정치적 책임은 온전히 민주당 지도부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