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분 종합부동산세 고지서가 발송되자 보수언론들이 세금이 급증한 사례를 들어 ‘종부세 폭탄론’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고가주택 보유자나 다주택자 등 일부에 국한된 사례를 일반화해서 부풀리는 것이다. 다만 이런 과도한 주장이 기승을 부리는 배경에는 24번이나 대책을 내놓고도 집값을 잡지 못한 정부의 실패가 자리잡고 있다. 정부가 ‘폭탄론’에 흔들려선 안 되지만, 집값 안정을 위한 신뢰 회복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
국세청은 25일 올해 종부세 납부 대상이 74만4천명, 전체 세액은 4조2687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대비 인원은 14만9천명(25%), 세액은 9216억원(27.5%) 늘었다. 집값과 공시가격이 동시에 올랐기 때문이다.
종부세는 집값 안정뿐 아니라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세금이다. 주택 공시가격 합계액이 6억원을 넘어야 부과된다. 1주택자는 9억원을 넘어야 한다. 시가로 따지면 12억~13억원이다. 집값이 올라 세금을 더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우리나라의 보유세 부담은 아직 선진국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주택분 종부세의 1인당 부담은 272만원으로, 지난해보다 27만9천원(11.4%) 늘었다. 서울만 보면 301만9천원으로 23만5천원(8.5%) 많다. 세금이 늘어나는 걸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집값이 수억원씩 오른 것은 눈감은 채 종부세가 이 정도 늘어난 것을 두고 “세금 폭탄”이니 “징벌적 세금”이니 하는 것은 과장을 넘어 왜곡이다.
문제는 집값 급등을 정부 정책 실패 탓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로서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는 처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보유세 강화 로드맵을 제시하고 일관되게 단계적으로 추진했다면 집값이 급등하고 세금이 한꺼번에 오르는 일을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더 그렇다.
최근 서울 강남 등을 중심으로 매물이 늘고 집값이 내려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 종부세를 후퇴시키면 그동안 집값 안정을 위해 흘린 땀이 모두 헛수고가 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주택가격 전망 소비자동향지수’가 130으로, 2013년 1월 이후 가장 높게 나왔다.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여전히 많다는 얘기다. 부동산 정책 실패를 넘어 정부에 대한 불신이 반영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정부가 신뢰 회복을 위한 조처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