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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사상 첫 법관 탄핵소추, 사법부 뼈저린 반성을

등록 2021-02-04 18:18수정 2021-02-05 02:43

박병석 국회의장이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병석 국회의장이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회가 4일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원 179명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법관 탄핵소추안 발의는 이번이 세번째이지만 실제 국회를 통과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입법부의 사법부 견제라는 삼권분립 원칙이 실제로 작동할 수밖에 없었던 이 엄중한 현실 앞에서 법원은 깊이 자성해야 할 것이다.

임 부장판사는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한 가토 다쓰야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의 명예훼손 사건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이는 사법부 스스로 재판의 독립성을 훼손한 반헌법적 행위인데도 법원은 현행법과 법리상 무죄라고 판결했다. 그렇다면 헌법이 입법부에 부여한 탄핵소추권을 발동해 단죄하는 게 유일하게 남은 길이었다. 이런 맥락을 살핀다면 최근의 일부 판결에 불만을 품은 여당의 ‘법원 길들이기’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임 부장판사가 지난해 사표를 제출했으나 김명수 대법원장이 국회의 탄핵 움직임을 이유로 수리하지 않은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사표 반려는 올바른 선택이었다. 법관직을 그만두는 방식으로 탄핵소추를 무력화하는 것은 삼권분립 정신의 훼손이자 책임 회피를 위한 전형적인 꼼수다. 비위를 저지른 공직자들이 수사나 징계를 앞두고 사표가 수리돼 불이익을 피하는 관행은 오랫동안 비판받아 왔다. 임 부장판사는 형사재판도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다.

이번 사표 논란을 보면서 법원이 여전히 사법농단에 대해 진정한 성찰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공개된 녹취록을 보면 김 대법원장은 “지금 탄핵하자고 (국회가)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라고 말했다. 대법원장부터가 탄핵에 부정적인 생각을 드러내고, 사표 반려 이유를 당당히 말하지 못한 채 정치권의 비난을 핑계삼은 것은 부적절한 태도다. 그러다 보니 거짓 해명도 하게 된 게 아닌가. 더욱이 임 부장판사가 대법원장 면담을 녹음·공개하며 사법농단 책임을 면해보려는 모습은 자성 없는 사법부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개탄할 일이다.

이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절차가 진행된다. 임 부장판사 임기가 2월 말 종료되면서 탄핵의 실효성에 의문도 제기된다. 탄핵 사유의 사실관계가 이미 재판 과정에서 확인된 만큼 헌재는 신속하고 엄정하게 결론을 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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