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 등 여야 원내지도부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등 본회의 일정 논의 관련 회동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오는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열어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25일 합의했다. 애초 이날 본회의에서 언론중재법 처리가 예정돼 있었지만, 박병석 국회의장이 본회의 연기를 결정하면서 처리 시점이 미뤄진 것이다. 극한 대치 중인 여야는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여당의 처리 의지가 강해 절충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만나 본회의 일정에 합의했다. 윤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오늘(25일) 본회의에 부의하기로 했던 법안과 인사에 관한 안건을 30일 본회의에서 모두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30일 오후 4시에 본회의를 소집해서 밀렸던 안건을 처리하자고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회동에서도 여야 원내대표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놓고 대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이날 새벽 4시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민의힘이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돼 본회의 통과만 남겨놓고 있었다. 그러나 국회법은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한 지 하루가 지나야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이 ‘절차적 문제’를 주장했고, 박병석 국회의장이 이를 받아들여 본회의 연기를 결정했다. 박 의장은 “국회법 93조에 1일 여유를 두도록 돼있다”며 “이번 회기(8월31일)안에는 모든 것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회의가 닷새 연기되면서 여야는 잠시 휴전 상태에 들어갔지만, 언론중재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입장 차이는 여전하다. 민주당 지도부는 박 의장에게 ‘전원위원회의 소집’까지 요청하겠다며 언론중재법 처리 강행 뜻을 거듭 확인했다. 전원위원회는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에 대해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해 마치 상임위원회처럼 의결·심사하는 제도다. 윤 원내대표는 본회의 연기가 확정된 뒤 열린 의원총회에서 “전원위원회에서 그동안 여야가 정쟁을 벌이느라 제대로 토론하지 못한 부분을 제대로 토론하고 우리 당이 왜 언론중재법을 추진해왔는지를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면서 법을 보강하겠다”고 말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언론중재법은) 소설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기사를 쓰는 언론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무제한 반대토론(필리버스터)와 권한쟁의심판 등 원내외에서 동원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총력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필리버스터를 포함해 대응할 방법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권한쟁의심판은 우리가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에 당연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야당의 강한 반발에도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선 전 마지막 정기국회(9월1일 소집)는 여야의 극한 갈등 속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야당을 무시하고 독주하는 민주당에 맞서 장기전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있다. 대선 국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송채경화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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