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31일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 주재로 열린 회동에서 언론중재법 협의체에 합의했다. 연합뉴스
여야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논의에 합의하면서 ‘강행 처리 반대 및 악법 폐기’를 주장했던 국민의힘은 이제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독소조항 전부 삭제’를 요구하며 협의에 참여하겠다고 밝혔지만, 당내에서는 ‘어정쩡한 타협은 없다’는 강경론이 나오며 남은 한달 동안 언론중재법의 부당성을 알리는 여론전 병행도 준비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1일 합의문에 서명한 뒤 “3개(징벌적 손해배상, 고의‧중과실 추정, 열람차단 청구)는 무조건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원점에서 언론 자유를 침해시킬 소지가 있는 위헌적인 조항을 개정안에 포함시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우선 9월 본회의 전까지 최적의 안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수정안을 기본으로 협의를 시작한다는 민주당의 구상과는 차이가 크다. 여야가 ‘9월26일까지 협의체 논의, 9월27일 본회의 처리’에 합의했지만 여전히 법안 폐기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은혜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독소조항 살라미로 제거한들, 언론중재법 자체가 독소다. 생선 살 발라낸다고 뼈가 어디 가겠나”라고 적었다.
언론중재법을 둘러싼 여야의 시각차가 너무 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합의 처리보다는 ‘협의 뒤 여당의 강행 처리’를 전제로 한 여론전 강화 전략이 벌써부터 제시된다. 다음달 26일까지의 시간이 법안 협의보다는 언론중재법의 부당성을 알리는 시간을 벌었다는 시각이다. 한달 간 주어진 협의 기간에 조금씩 양보해 입장 차이를 좁히기보다는 언론중재법의 부당성을 알리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본회의 처리하기로 한) 9월27일은 국감과 민주당 경선 진행되는 시기인데 (여당이 본회의 처리를 강행하면) 야당이 필리버스터 투쟁하고 지금보다 상황이 안 좋아질 것”이라며 “우리로서는 여론전 할 시간을 벌었고 여론을 충분히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정기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 대정부 질문, 국정감사, 청와대 앞 시위, 지역 의정활동 등을 통해 적극적인 대국민 여론전에 나설 계획이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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