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전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인 현업 단체들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더불어민주당에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철회하고 사회적 합의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을 강행하고 언론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면서 함께 주목받았던 주장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다. 진실 보도를 이유로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존재하는 상황에서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규정하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이었다. 언론계의 비판이 커지자 여당은 최근 이 조항을 폐지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형법 307조 1항에 명시돼 있다. 허위가 아닌 사실을 적시해도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미투’나 ‘갑질 피해’를 폭로해도 가해자한테 고소를 당하고 처벌을 감수해야 했던 이유다. 언론 보도에 있어서는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위법성 조각 사유가 있긴 하지만 진실 보도를 했어도 기소될 수 있고 무죄를 받으려면 법원으로부터 ‘공익성’을 인정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2011년 유엔인권위원회, 2015년 유엔 산하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위원회는 우리 정부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규정 폐지를 권고했다. 올해 2월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 사건에서도 재판관 5(합헌) 대 4(위헌) 의견으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았다. 당시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공적 사안 등에 있어서도 진실한 사실적시 표현행위를 명예훼손죄 구성요건에 포함시키면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가 형해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방송기자연합회·한국피디연합회는 민주당이 언론 보도에 따른 피해구제 방안으로 언론중재법 개정 구상을 밝히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민사상 손해전보제도가 있고 이를 근거로 언론중재법에서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의 배액배상제를 도입하려 한다면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의 위반 소지가 있는 형법의 명예훼손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언론단체가 언론중재법 개정 강행에 반대하며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언론개혁의 선행 과제처럼 제시하자 민주당은 뒤늦게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용민·박주민 의원이 지난 7~8월 각각 발의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담은 형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여야 협의체와 별도로, 국회 법사위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위한 형법 개정안 심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언론개혁은 이제 시작이다. 언론계가 요청하고 있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존치 여부도 논의해 나갈 것”이라며 입법을 서두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장인 김용민 의원도 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부터 폐지해야 한다는 데 여야 의견이 일치된 상황”이라며 “정기국회 안에 신속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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