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엠비엔>(MBN) 토론회에 출연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손바닥에 한자로 ‘왕’자가 선명하게 보인다. <엠비엔> 유튜브 채널 갈무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세 차례의 당내 경선 토론회 때 손바닥에 한자로 ‘왕’자를 쓰고 임한 것을 두고 당내 대선주자들이 맹폭을 퍼붓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3일 페이스북에 “점으로 박사학위 받는 것도 처음 봤고 무속인 끼고 대통령 경선 나서는 것도 처음 봤다”며 “늘 무속인 끼고 다닌다는 것을 언론 통해 보면서 무속 대통령 하려고 저러나 의아했지만 손바닥에 부적을 쓰고 다니는 것이 밝혀지면서 참 어처구니없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의 아내 김건희씨의 논문 주제가 ‘온라인 운세 콘텐츠’에 대한 내용인데 이어, 윤 전 총장까지 ‘무속신앙’에 의존한 정황이 있다고 연결지은 것이다.
홍 의원은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시켜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허무맹랑한 소문 하나로 여론이 급격히 나빠졌는데 이제 부적 선거는 포기하시기 바란다”고 일갈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과거 오방색 타령하던 최순실 같은 사람과 윤 후보님은 무엇이 다르냐”며 “손바닥에 글자 하나 쓴다고 사람이, 우리 당이, 대한민국이 과연 달라질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여당 대선후보가 조선 시대 왕처럼 상대방에게 봉고파직·위리안치 형벌을 내렸다. 이에 질세라 야당 후보는 손바닥에 ‘왕’자를 새겼다. 대선이 대통령이 아니라, 상대 진영을 초토화시킬 왕을 뽑는 선거가 되어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달 16일 1차, 23일 2차 토론회까지만 해도 윤 전 총장 손바닥에서 ‘왕’자는 보이지 않았다. 지난달 26일 3차 토론회 때부터 지난달 28일 4차, 지난 1일 5차 토론회에선 왼손 손바닥에 ‘왕’자가 그려져 있는 모습이 확인된다. ‘왕’자의 크기와 모양이 조금씩 다른 것으로 보아 매번 새로 쓰인 것으로 추측된다. 윤 전 총장이 무속신앙과 가까운 행보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8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오찬에도 친분이 있는 역술인과 함께 동석했던 사실이 해당 역술인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윤 전 총장 쪽의 이상한 해명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윤 전 총장 캠프는 <한겨레>에 “윤 전 총장과 같은 아파트에 사는 지지자분이 3차 토론회 때부터 ‘기를 불어 넣어 주겠다”며 손바닥에 써 준 것”이라며 “마치 커닝페이퍼 적어놓은 것처럼 비칠 수도 있고 해서 닦아보려고 했지만 잘 안 지워져서 그냥 토론회에 나섰다고 한다. 6차 토론회 때도 (지지자분이 응원하러) 나오실 텐데 또 (‘왕’자를) 써주시면 그대로 나가실 것”이라고 했다. 지지자들의 성원이었을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한 것이다.
그러나 유 전 의원 캠프 권성주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토론이 겁나 후보가 부적을 붙이든 굿을 하든 자유이나 국민을 속이려 해서는 안 된다”며 “유성 매직은 코로나19 시대 곳곳에 비치된 손 소독제로 말끔히 지워진다. 무속에 의지하는 후보와 거짓말하는 참모들은 절대 권력을 쥐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라고 맹비난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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