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3일 부산시당에서 열린 ‘제이피(jp) 희망캠프’ 부산 선대위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지지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당내 경선 티브이(TV) 토론 때 손바닥에 ‘왕(王)’자를 적은 모습이 포착되면서 당내 주자들 사이 난타전이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시작된 해당 논란은 때아닌 ‘무속신앙 공방’으로 연결되는 모양새다.
포문은 홍준표 의원이 열었다. 그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늘 무속인 끼고 다닌다는 것을 언론 통해 보면서 무속 대통령 하려고 저러나 의아했다”, “손바닥에 부적을 쓰고 다니는 것이 밝혀지면서 참 어처구니없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며 “부적 선거는 포기하라”고 윤 전 총장을 직격했다. 홍 의원은 이날 부산 수영구 국민의힘 부산시당에서 열린 ‘선대위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대통령 선거가 마치 무속 대통령 뽑는 선거처럼 됐다. 저는 이런 대통령 선거 처음 봤다”며 “(무속인들이) 직접 경선에 참여해서 후보에 부적 써주고 이런 식으로 하는 건 참 유치하고 우습다”고 일갈했다. 경쟁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도 이날 경북 김천을 방문한 자리에서 “손바닥에 ‘왕’자를 새겨서 티브이 토론에 나온 것은 미신으로밖에 저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미신을 믿는 그런 사람이 후보가 돼서야, 또 대통령이 돼서야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러자 윤 전 총장은 손바닥 ‘왕’자가 ‘미신’ ‘부적’이라는 일부 주장을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독립서점 ‘최인아 책방’에서 캠프 청년위원회 발족식을 연 뒤 기자들과 만나 “지지자가 왕과 같은 기세로 자신감 있게 토론 잘하라고 응원의 뜻으로 써준 것”이라며 “주술 운운하는 분들이 있는데 세상에 부적을 손바닥에다가 펜으로 쓰는 것도 있느냐”고 되물었다. 또 “지지자의 응원도 좋지만 들어갈 때는 신경을 써서 지우고 가는 게 맞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다. 깊이 생각을 못 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그러면서 자신이 원래부터 점쟁이와 역술인들과 가깝다는 홍 의원 지적에 정면으로 맞섰다. 윤 전 총장은 이어 “어떤 분은 속옷까지 빨간색으로 입고 다닌다고 소문이 났다. 뻔히 아는 정치인들이 이런 말을 하는 건 우리나라 정치 수준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가당치 않다”고 맞받았다. 이런 발언은 평소 붉은색 패션을 선호해 온 홍 의원을 저격한 것으로 해석됐다.
윤 전 총장 캠프에서는 홍 의원의 개명과정에 역술인이 개입했다며 가세했다. 홍 의원은 검사 시절 홍판표라는 이름을 홍준표로 바꾼 바 있다. 윤 전 총장 캠프 김기흥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원래 홍판표였던 홍 의원의 현재 이름은 역술인이 지어준 것이라는 걸 홍 의원은 잊었는가”라며 “본인의 개명이야말로 주술적이란 지적에 뭐라 변명할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그러자 홍 의원 캠프는 윤 전 총장 아내의 개명과정을 걸고넘어졌다. 홍 의원 캠프 소속 여명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홍 의원 중간자를 ‘판’과 뜻은 같으면서 발음이 다른 ‘준’자로 하라며 충고한 사람은 당시 검찰청 소년선도위원이었던 성명철학자 류화수씨”라며 “특정한 염원을 담은 손바닥 ‘왕’자 와는 비교 불가다.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도 윤 전 총장과 결혼 직전 김명신에서 김건희로 개명했다고 알려져 있다. 어디 한 번 김건희씨 개명과정도 풀어내 보라”라고 반발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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