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30일 경기도청에서 간담회를 하기 직전 악수를 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을 이틀 앞둔 8일 이재명 경기지사 쪽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쪽을 향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전날 설훈 이낙연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이 ‘이재명 구속 가정’ 등을 언급한 것에 대한 경고다. ‘경선 이후’에 대한 당 내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이재명 캠프의 정성호 총괄특보단장은 이날 오전 <시비에스>(CBS) 라디오와 한 인터뷰에서 “확실한 근거라면 공개적으로 제시하고 본인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제보라고 얘기를 하는데 사설 정보지, 소위 지라시에 의존해서 정치를 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전날 설 의원이 “(대장동과 관련해) 많은 제보가 들어와 있다”며 “(대선) 후보가 구속되는 상황에 왔다고 가상할 수 있다”고 말했던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이재명 캠프에서는 ‘참을 만큼 참았다’는 격앙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 지사가 경선 누적 득표율 54.9%로 승기를 잡은 상황에서 굳이 상대 후보를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적잖았지만, 이낙연 캠프가 연일 띄우고 있는 ‘불안한 후보론’을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이재명 캠프 전략본부장인 민형배 의원도 전날 “그냥 지켜보기 힘들다”며 “(제보를) 까시든가 멈추시든가 결정하라”고 쏘아붙였다.
이낙연 캠프의 김종민 정치개혁비전위원장은 이날 <시비에스>와 <와이티엔>(YTN) 라디오에 출연해 “특정한 사실관계 때문에 구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는 아닌 것 같다. 확대해석되거나 와전됐다”며 진화에 나섰다. 다만 “본선에 가면 기본소득이나 대장동, 이 지사의 개인적 업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이슈 등이 부각되면서 안정감 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거듭 밝혔다.
민주당은 경기(9일)와 서울 경선 및 국민·일반당원 선거인단이 참여하는 ‘3차 슈퍼위크’(10일)를 마지막으로 대선 후보를 최종 선출한다. 당 내에선 골이 깊어진 두 캠프가 ‘화학적 결합’을 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재명 지사의 경우, 당내에서 견제하는 세력이 명확해 원팀 형성이 더욱 중요하다”며 “이 지사의 반대 쪽에 서있는 이들이 많아 이런 것을 잠재우려면 당이 경선 후 선대위 구성을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캠프 쪽 관계자도 “이낙연 전 대표 쪽 지자자들과 거리를 곧장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도 본다. 당 차원에서 대장동 대응 등에 힘을 모아주며 원팀 기조를 만들어줘야 그나마 수월할 것”이라고 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승복하고 원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공유한 우리는 동지이자 형제”라고 강조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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