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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대선 패배 이어 또…민주당, 잠복해 있던 갈등 폭발하나

등록 2022-06-02 09:00수정 2022-06-02 13:59

윤석열 대통령 취임 22일 만에 치러진 선거
‘정부 견제론’이 ‘국정안정론’에 크게 밀려
‘윤호중-박지현 비대위’ 총사퇴 논의할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겸 총괄선대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민주당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지켜보다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겸 총괄선대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민주당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지켜보다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올해 대선에서 패배하며 정권을 내준 더불어민주당이 전국 선거 연패의 늪에 빠졌다.

2일 오전 7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 집계 결과, 민주당은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광주·전북·전남과 제주 등 5곳을 석권하는 데 그쳤다. 격전지인 경기도는 김동연 민주당 후보가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와 밤샘 경합을 벌인 끝에 역전승을 거뒀지만, 4년 전 광역단체장 17곳 중 14곳을 석권했던 것과 비교하면 지지세가 크게 쪼그라들었다. 시장·군수·구청장 등 기초단체장에서도 226곳 중 국민의힘이 145곳에서 앞서면서 민주당(63곳)과 큰 차이를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22일 만에 치러진 선거에서 ‘윤석열 정부 견제론’이 ‘국정안정론’에 크게 밀린 결과다.

1일 저녁 7시30분 국민의힘의 낙승을 예측한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민주당 개표 상황실이 설치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은 깊은 침묵에 잠겼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투표해준 국민께 감사하고 끝까지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출구조사 발표 직후 <한국방송>(KBS) 인터뷰에서 “국민이 민주당을 많이 신뢰하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쉽고 무거운 마음으로 개표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민주당이 좀 더 대선 이후에 쇄신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4·7 재보궐선거와 올해 3월 대선에서 패배한 데 이어 지방선거까지 3연패 한 만큼, 그동안 잠복해 있던 당내 갈등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방선거에 집중한다는 명분 아래 대선 패배 평가도 미뤄왔다. 1차적으로는 ‘명분 없는 패장의 귀환’이라는 당내 비판을 뚫고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후보의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후보는 “전국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며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텃밭인 인천 계양을에서마저 접전을 벌이면서 전국 선거 지휘에 집중할 수 없었다. 선거운동 막판 지도부 갈등을 노출해 현장 후보들로부터 유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판을 산 박지현·윤호중 위원장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한겨레>에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대체로 여당 후보들에 견줘 인물론에서 밀리지 않았다”며 “그런데 선거에서 당 지도부가 잘한 게 하나라도 있었나. 캠페인도, 지도부 의사결정도 엉망이었다”고 말했다.

6.1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이 마련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이 1일 오후 당 지도부와 관계자들이 개표방송 시청 후 자리를 비워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6.1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이 마련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이 1일 오후 당 지도부와 관계자들이 개표방송 시청 후 자리를 비워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당장 2일 오전 열리는 비대위 회의에서 ‘윤호중-박지현 비대위’ 총사퇴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당헌·당규에 따라 박홍근 원내대표가 권한대행을 맡아 오는 8월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를 선출하기까지 비대위 체제를 끌어가게 된다.

파열음은 당장 박지현 위원장이 제안하고 비대위가 동의한 ‘5대 혁신 약속’ 이행 문제를 두고 터져나올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는 앞서 △더 젊고 역동적인 민주당 △더 엄격한 민주당 △더 충실하게 약속을 지키는 민주당을 뼈대로 한 혁신 작업에 뜻을 모았다. ‘더 젊은 민주당’을 기조로 삼은 혁신안은 ‘86 용퇴론’ 등 세대교체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당대회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86그룹 의원들은 반발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민주당 관계자는 “그동안 ‘86 용퇴론’이 구호에 그쳤다면, 당이 위기 상황인 만큼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는 더 힘을 얻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혁신위원장을 누구에게 맡기느냐를 두고도 전선이 형성될 수 있다. 쇄신 작업을 주도할 혁신위원장은 향후 전당대회 판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재명 후보가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큰 만큼 그와 가까운 박지현 위원장이 혁신위원장을 맡을 경우 다른 계파가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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