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일당’에게서 아들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8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아들 50억원 퇴직금 뇌물’ 사건으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사회적 공분이 커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정의당이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까지 포함한 ‘대장동 특검법’ 추진에 힘을 싣고 나섰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과 대장동 특검을 병행할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캐스팅 보트’를 쥔 정의당이 정쟁 요소가 상대적으로 덜한 대장동 특검에 방점을 찍으면서 국회 논의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정의당은 지난 11일 의원단·대표단 연석회의를 열어 대장동 특검 추진을 당론으로 정했다고 12일 밝혔다. 곽 전 의원 사건을 포함해 정·관계 인사들이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들에게 거액을 약속받았다는 ‘50억 클럽’ 의혹을 특검으로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미 대표는 회의에서 “곽상도 아들의 50억 황제 퇴직금 무죄 판결로 촉발된 대장동 50억 클럽에 대한 온갖 의혹의 해결을 위해 국회 차원의 특검은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검찰은 개미투자자들의 돈을 빼앗아 이득을 챙기는 주가조작에 ‘김건희 특검’을 추진하라는 시민들의 요구를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제대로 된 소환수사로 이번 사건에 대해 명백한 진실을 밝히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철저한 검찰 수사 먼저’를 강조하면서 ‘김건희 특검’에는 일단 선을 그은 것이다. 민주당이 검찰의 이재명 대표 수사에 맞불 형식으로 김 여사 수사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대장동과 김 여사 의혹을 ‘쌍특검’으로 추진하면 ‘이재명 방탄론’과 맞물려 정쟁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게 정의당의 판단이다.
김희서 정의당 대변인은 12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적 의혹이 밝혀져야 하는데 정쟁으로 사라져버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적 눈높이에서 어떻게 풀어낼지가 정의당의 고민”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특검 도입을 위해선 정의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국회법이 규정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사위를 우회해 본회의로 특검법을 올리려면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뜻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169석, 민주당 계열 무소속 5석에 정의당 6석을 보태면 꼭 180석이 된다.
야권이 ‘대장동 특검’에 힘을 합치는 모습이지만, 수사 범위를 놓고는 조율이 필요하다. ‘50억 클럽’ 의혹에 집중하자는 정의당과 달리 민주당은 지난해 3월 당론으로 발의한 대장동 특검법에서 △이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 개발 과정 전반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맡은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봐주기’ 수사 의혹 △윤 대통령 아버지 자택 매입 의혹 등을 두루 망라했다. 정의당 쪽은 “50억 클럽을 수사하다 보면 여타 의혹들을 수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특검법 발의 과정에서 수사 범위를 놓고 지나치게 정쟁화하는 것은 배제하려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국민 정서를 고려해 ‘50억 클럽 특검’ 도입에는 여지를 두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핵심 의원은 “다른 것은 빼고 ‘50억 클럽’에 대해서만 특검을 하자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도 마냥 반대할 건 아닌 것 같다”며 “지도부가 앞으로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도 ‘대장동·김건희 특검 동시 추진’을 거듭 강조했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검찰의 “망신주기식” 수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부실수사’를 비교하며 “대장동 특검, 김건희 특검으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조 사무총장은 또 “(검찰이) 일부 언론을 통해 (이재명 대표) 영장 청구 얘기까지 흘리고 있는데 해도 해도 너무하며, 참으로 터무니없고 비열한 망나니짓”이라고 비난했다.
‘쌍특검’ 추진 의지가 강한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 문제를 정의당과 논의하겠다고 했다. 조 사무총장은 “김건희 여사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검찰에 수사를 맡겨둬서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거라는 점을 정의당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정의당이 김건희) 특검 그 자체에 반대하는 게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도 “앞으로 특검 추진 방법과 일시 등에 대해선 정의당과 협의하면서 원내에서 전반적으로 같이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난데없이 부산저축은행 수사가 포함된 대장동 특검을 주장하고, 대통령 배우자와 관련된 10여년 전 사항을 두고는 집착에 가까운 특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쌍특검’ 주장을 비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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