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가상자산(암호화폐) 투기 의혹을 받은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제명’ 징계안이 30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부결됐다. 김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만큼 제명까지는 과하다고 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부결표를 던진 결과인데, 당내에서조차 온정주의가 다시 발동해 오판을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윤리특위 제1소위원장인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후 소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김남국 의원 제명 징계안에 대해 가결 3표, 부결 3표로 동수가 나왔다. (가결 조건인) 과반이 되지 않아서 김 의원에 대한 제명안은 부결됐다”고 밝혔다. 윤리특위 소위는 여야 의원 3명씩 6명으로 구성되는데, 징계안은 무기명 표결에서 4명 이상 찬성해야 전체회의로 넘어갈 수 있다.
앞서 김 의원 징계안을 살펴본 윤리특위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의원직 제명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공개회의에서의 사과 △공개회의에서의 경고 등 4개 징계 가운데 최고 수위인 제명을 권고했다. 이를 토대로 윤리특위 소위는 지난 22일 김 의원의 징계 수위를 결정하려 했다. 그런데 김 의원이 소위 개회 30분 전에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이 소식을 들은 민주당이 ‘숙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 이날로 표결이 미뤄졌다.
표결은 무기명으로 이뤄졌으나, 부결표는 김 의원이 원래 소속돼 있던 민주당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윤리특위 야당 간사인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의원들 논의에서 유권자들이 뽑은 선출직의 특성상 제명하기엔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정치적인 자신의 권리를 포기한 점도 참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했다.
송기헌 의원은 또 “지도부와도 상의는 충분히 했다”며 부결 결정에 당 지도부의 의중이 반영됐음을 시사했다. 앞서 김영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은 김 의원의 행위가 잘못됐다면서도, 의원직 제명은 “마녀사냥”이라며 반대해 이런 기류를 숨기지 않았다.
비이재명계에선 김 의원 제명안 부결이 ‘또다시 온정주의가 발동한 결과’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비명계 의원은 “김 의원이 당 차원의 징계를 피해 탈당하는 것도 막지 못했는데, 징계안까지 유야무야시키는 모습이 국민들 눈에는 어떻게 비치겠냐”고 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이 전날 끝난 1박2일 워크숍에서 “강도 높은 자기 개혁”을 약속한 점을 언급하며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민주당 스스로 그 약속을 처참히 밟아버렸다. 김 의원을 넘어, 민주당 징계가 필요하다”고 날을 세웠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김 의원 제명 부결은 결국 민주당에 혁신의 의지란 없다는 것을 다시금 보여준 것”이라며 “가재는 게 편, 제 식구 감싸기의 구제 불능 구태 정치”라고 비판했다.
윤리특위는 여야 간사 간 협의를 거쳐 다시 징계안 처리를 논의할 예정이다. 한번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안에 다시 심의할 수 없는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이 제명안을 소위에서 다시 논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징계 수위를 낮춰 소위에서 다시 표결하거나 윤리특위 전체회의에서 제명안을 논의할 수는 있다. 민주당은 ‘30일 이내 출석정지’ 징계안 표결을 요구하고 있으나, 국민의힘이 부정적이어서 21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징계안이 표류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선담은
s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