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국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더불어민주당은 왜 검사를 사칭한 분을 ‘절대 존엄’으로 모시냐”며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또다시 ‘저격’했다. 전날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을 통해 법무부 장관에서 집권여당 수장으로 변신하게 된 배경을 ‘범죄자 이재명’과 민주당의 과거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라고 못박은 대로, 대야 강공 모드를 지속할 뜻을 밝힌 셈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회 본청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검사를 그렇게 싫어하면서, 왜 검사도 아니고 검사를 사칭한 분을 ‘절대 존엄’으로 모시는 건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2002년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 사건’ 당시 검사를 사칭한 혐의로 기소돼 150만원 벌금형을 받은 사실을 상기시키며 독설을 날린 것이다. 한 위원장은 또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민의 자산이고 도구인 검찰을 악마화하는 것은 국민에게 피해가 가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민주당의 검찰 개혁 요구를 ‘정치적 목적을 위한 악마화’로 깎아내렸다.
한 위원장의 이런 인식에 민주당은 반발했다. 박용진 의원은 페이스북에 “제1야당과 야당 대표를 ‘청산 대상’으로 삼아놓고, 곧 이재명 대표를 만나 악수하고 웃으며 사진 찍고 협력을 다짐하는 덕담을 주고받을 텐데 제정신이냐”며 “정치의 에이비시(ABC)도 모르고 멋있는 말이나 갖다 붙인 취임사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한동훈도 실패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나. 그래도 미래 얘기를 해야지, 자꾸 이 대표 얘기만 하면 중도 지지층 확장에 무슨 도움이 되냐”고 했다. 국회 관례상 각 당 지도부가 바뀌면 상견례를 하는데, 한 위원장은 28일 이재명 대표를 만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정치인 위주로 (비대위를) 할 거라면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게 이상한 일”이라며 비정치인 위주로 비대위를 구성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정치를 바꾸는 상징적인 모습을 보여드리는 면에서 비대위는 그런 분(비정치인)을 잘 모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비대위원장과 당연직인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을 포함해 15명 이내로 구성할 수 있어, 한 위원장은 비정치인으로 최대 12명을 임명할 수 있다.
다만, 한 위원장은 비대위에 1970~90년대생을 중용할 것이라는 ‘세대교체론’에는 “생물학적 나이를 기준으로 한 세대포위론이나 세대교체론이란 말은 신뢰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한 위원장은 “이창호 (바둑) 사범은 10대에 세계를 제패했고,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은 60살 때 ‘사이코’를 만들었다. 열정과 동료 시민에게 봉사하겠다는 선의에 나이 제한은 없다”고 했다.
내년 총선 후보자 공천을 맡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는 법조인 가운데서도 판사 출신 또는 법학자를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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