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노원구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탈당과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27일 기자회견에서 “그들의 권력욕을 상식선에서 대했고 진압하지 못했던 오류를 반성한다”며 탈당 원인이 윤석열 대통령과 친윤계 핵심임을 분명히했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과 저는 이제 경쟁자의 관계로 들어섰다”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정면승부를 피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전 대표의 신당은 가칭 ‘개혁 신당’으로, 이르면 내년 1월 중순께 출범할 전망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노원구의 한 식당에서 연 국민의힘 탈당 기자회견에서 “보수정당에 찾아왔던 찰나와도 같은 봄을 영원으로 만들어내지 못한 스스로를 반성한다”고 말했다. “3년 전의 저라면 와신상담, 과하지욕 등의 고사성어를 되뇌며 ‘당을 위해 헌신’과 같은 ‘여의도 방언’을 입 밖으로 내었을 것”이라며 “때로는 영달을 누리고 때로는 고생을 겪으며 만수산 드렁칡과 같이 얽혀 살 수도 있었다”고도 했다. 지난 대선 때 자신이 당대표로서 윤 대통령 당선에 기여해 ‘봄’을 만들었으나, 윤 대통령·친윤계 핵심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며 고립시킨 상황을 설명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2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왜 적장을 쓰러뜨리기 위한 극한 대립, 칼잡이의 아집이 우리 모두의 언어가 되어야 하느냐”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대표는 이날 ‘제이티비시(JTBC) 뉴스룸’ 인터뷰에서 “제가 ‘칼잡이 아집’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출되지 않은 누군가가 유·무형의 권력을 휘두르며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모습, 그 사람 앞에서 법과 상식마저 무력화되는 모습이 반복되는 것은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트라우마”라며 김건희 여사를 겨냥하는 듯한 발언도 내놨다.
한 위원장을 “경쟁자”라고 표현한 이 전 대표는 “12년 정치하면서, 매년 ‘이준석 대항마’ 타이틀로 등장하는 분들이 ‘이준석 부정’으로 행보를 시작했을 때 어려움을 겪는 걸 봤다”며 “(한 위원장이) 굳이 (청년 세대와 국민의힘 전통적 지지층인 60대 이상이 연합해야 선거에 이긴다고 내가 주장한) 세대포위론을 부정하면서 나서는 걸 보면서 안쓰러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생물학적 나이를 기준으로 한 세대포위론이란 말은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었다. 이 전 대표는 “지금은 이준석과 차별화가 아니라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하라”며 일침을 놓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한 위원장 등장으로 이준석 신당의 입지가 약해진 것 아니냐’는 분석에 “상대 정치세력을 악의 상징 ‘빌런’으로 만들어 콜로세움에 세우는 검투사 정치는 월륜(月輪), 즉 보름달과 같아지게 돼 있고, 미래를 이야기하는 생산적인 정치는 월신(月新), 초승달과 같이 차오른다. 자연의 섭리가 무서운 것은 거부할 수 없는 미래라는 점”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와 함께 이 전 대표는 비례대표 선출 방식이 어떤 방식으로 결정되든 “신당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는 당당하게 보수개혁 정당의 기치를 걸고 있다”고 한 그는 연대 대상과 관련해 “완벽한 동일성을 찾아 헤매는 것보다는, 같은 점을 몇 가지 찾아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양향자 한국의희망 의원, 새로운 선택을 만든 금태섭 전 의원 등과는 “매우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했고, 정의당에는 “노회찬 대표 때의 ‘노동의 정의당’까지고, 지금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또, “상계동에 출마하겠다는 생각을 잠시도 버려본 적이 없지만, 신당을 하게 되면 여러 다른 역할이 부여될 수 있다. 그에 맞게 제 거취를 선택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준석 신당’을 두고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시사했던 당시와 지금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한동훈 비대위가 출범하면서 신당의 파괴력이 사뭇 약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수도권의 한 의원은 “득표율 1∼2%로 당락이 결정되는 수도권 선거에서 이 전 대표가 보수층 지지율을 가져가면 결과는 절망적”이라고 말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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