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검찰 특별수사·감찰본부 수사관들이 지난 달 30일 서울 종로구 삼성증권 본사를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을 담은 상자를 들어 나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명박, 시장논리 강조하며 경영권 보호 ‘불일치’
정동영, 진보·보수 혼재…문국현, 성장지향 한계 경제분야에서 후보들의 공약은 대부분 유사하다. 교육 부문에 대한 재정지출을 늘리고, 재정 확보를 위해서는 탈루 세금을 줄여야 하고, 성장을 통해 고용을 촉진하며,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강화하고, 지식기반 사회의 도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몇 가지 중요한 판단의 준거는 존재한다. 우선 후보들의 경제철학이다.
이명박 후보는 ‘대한민국 747’공약에서 보듯 성장·대기업·경영자·자본 중심적 경제관을 드러내고 있다. 이 후보 공약에는 목표와 수단의 불일치도 발견된다. 시장논리를 강조하면서도, 무능하고 부패한 경영자를 퇴출시키는 가장 대표적인 시장규율인 적대적 엠앤에이(M&A)로부터 경영권을 보호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또 이 후보는 ‘법의 지배’를 강조하지만 이는 경영자의 경영상 잘못에 대한 처벌보다 노사분규시 노동자에게 법적용을 엄격히 하겠다는 의미다.
정동영 후보는 온건 보수와 중도 개혁세력을 포용하려는 시도가 엿보이지만 이는 양쪽으로 부터 공격받기 쉬운 진보와 보수사이의 불안한 동거로 보인다. 실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보수적 태도를 보이지만 대기업 정책은 다소 진보적 색채를 띤다. 그다지 눈에 띄는 경제 공약이 없지만 △개성공단을 확장하는 5대 평화경제사업 △항공·우주 산업 △태양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산업 활성화등을 주창하고 있는 점은 특기할만하다.
문국현 후보는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정책을 강조한다. 다른 어떤 후보보다 높은 ‘8%의 성장’ 공약에서 보듯 성장지향적 성향도 얼핏 드러난다. 특히 일자리 창출 수단으로 내걸고 있는 4조2교대제 도입은 기존 전일제 노동자의 반발을 무마하지 않으면 곧 한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중소기업 정책으로 내놓은 하도급 비리 근절과 중소기업부 신설을 통해 과연 2%의 추가 성장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권영길 후보는 가장 선명한 경제정책 공약을 내걸고 있다. 자본보다는 노동, 부자보다는 가난한 자, 외세보다는 민족을 강조한다. 노동·고용관련 분야에서는 국가고용책임제와 같은 매우 구체적인 공약을 발표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성장에 관한 비전제시에는 실패하고 있다. ‘21세기형 경제기획원 신설’공약은 경제성장에서 국가의 역할을 중시하는 것으로 현재의 경제 구조·환경과 충돌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인제 후보는 사실상 충청권 개발공약이 경제공약의 전부다.
후보간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금산분리, 출자총액제한제, 순환출자 금지 등과 같은 재벌정책과 관련한 태도에서다. 이명박 후보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고 순환출자 금지에는 반대하고 있어 재벌 편향적 가치관을 드러냈다. 정동영·권영길·문국현 후보는 모두 출자총액제한제도 유지, 순환출자 금지 정책을 지지해 무분별한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는 정책에 찬성했다.
금산분리 완화·폐지 여부에 대해서도 이명박 후보는 소유제한을 풀고 감독을 강화하자고 주장해 금산분리를 완화(사실상 폐지)하자는 입장을 보였다. 이 후보는 국내산업자본에 대해서는 거의 완벽하게 심사가 가능해 외국인에 비해 역차별을 당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인제 후보 역시 감독강화 뒤 완화를 주장해 사실상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정동영·권영길·문국현 후보는 금산분리 유지 또는 적용범위 확대를 주장했다. 정리/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노동공약 따져보니
이명박 ‘노조가 이랜드사태 원인제공’…권영길만 ‘비정규직법 폐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포함한 노동 공약에서는 권영길·문국현 후보가 강조점은 약간 다르지만 비교적 동일한 지평에서 진보적 태도를 보였다. 정동영 후보는 중도적, 이명박·이인제 후보는 보수적 입장을 드러냈다.
이명박 후보는 ‘고용 안정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원칙과 ‘일자리 300만개 창출’이라는 공약 외에는 비정규직 대책에서 구체적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 비정규직 문제를 바라보는 이 후보의 시각은 비정규직 보호를 위해 기업의 생산성·효율성을 약화시켜서는 안된다는 쪽에 가깝다. 이랜드 사태와 케이티엑스(KTX) 문제를 일으킨 핵심원인으로, 인건비 절감 등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려는 회사 쪽의 조처에 노동자들이 반발한 것을 꼽고 있다. 이 후보는 또 골프장 캐디 등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에도 반대하고 있다. 비정규직 남용과 차별을 발생시키는 사회·경제적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과 해결의지가 부족한 것을 넘어 친기업적·반노동자적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정동영 후보의 공약은 대체로 참여정부 비정규직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현행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대체로 공감하고 있었다. 노사간 합의나 점진적 보완을 선호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있는 정책들을 제시했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입법 필요성에도 동의했다. 이랜드 사태 등 노동현안에 대해서는 사법부 판단을 존중한다거나 노사가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태도를 보였다.
권영길 후보는 비정규직 보호 대책에서 가장 원칙적이고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비정규직법 폐기, 차별시정 신청주체와 비교대상 확대,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원청의 책임성 강화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등 취약계층 및 비정규직 권익 보호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문국현 후보는 권영길 후보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강조점에서 약간의 차이가 확인됐다. 문 후보는 비정규직법 폐지보다 보완을 강조하고 있고, 케이티엑스 승무원 문제도 직접고용 비정규직화를 해법으로 내놓아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주장하는 권 후보와 차별성을 드러냈다. 문 후보는 전체적으로 취약계층 보호라는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후보에 견줘 좀더 현실가능한 방안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인제 후보는 이명박 후보에 비해서는 비정규직 문제해결에 보다 적극적인 입장이지만, 세부 쟁점에서는 일관성을 결여하고 있다.
정리/이재명 기자
정동영, 진보·보수 혼재…문국현, 성장지향 한계 경제분야에서 후보들의 공약은 대부분 유사하다. 교육 부문에 대한 재정지출을 늘리고, 재정 확보를 위해서는 탈루 세금을 줄여야 하고, 성장을 통해 고용을 촉진하며,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강화하고, 지식기반 사회의 도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몇 가지 중요한 판단의 준거는 존재한다. 우선 후보들의 경제철학이다.
경제정책 실현가능성
경제정책 타당성
경제분야 대선공약 /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
금산분리 완화·폐지 여부에 대해서도 이명박 후보는 소유제한을 풀고 감독을 강화하자고 주장해 금산분리를 완화(사실상 폐지)하자는 입장을 보였다. 이 후보는 국내산업자본에 대해서는 거의 완벽하게 심사가 가능해 외국인에 비해 역차별을 당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인제 후보 역시 감독강화 뒤 완화를 주장해 사실상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정동영·권영길·문국현 후보는 금산분리 유지 또는 적용범위 확대를 주장했다. 정리/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노동공약 따져보니
이명박 ‘노조가 이랜드사태 원인제공’…권영길만 ‘비정규직법 폐지’
주요 노동 의제에 대한 후보들 태도 / 노동 정책에 대한 평가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 10월 21일 서울 마포구 창전동 이랜드 본사 앞에서 비정규직 탄압 중지와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의 국정감사 출석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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