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왼쪽 세번째) 의원 등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3일 밤 국회 본회의장에서 반대토론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발언대에서 법안 제안설명을 하던 나성린 한나라당 의원(왼쪽 두번째)을 막아서며 한나라당 의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의장석에서는 임시사회를 맡아 보던 이윤성 국회부의장(윗줄 왼쪽)에게 서갑원 민주당 원내 수석부대표(윗줄 오른손 뻗은 이)가 발언권을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강창광기자 chang@hani.co.kr
2월국회 파행 끝 종료
정무위 법안 일방통과…문방위서도 몸싸움
민주·민노 잇단 의사진행발언으로 ‘자연 전술’
정무위 법안 일방통과…문방위서도 몸싸움
민주·민노 잇단 의사진행발언으로 ‘자연 전술’
파행을 거듭하던 2월 임시국회는 결국 마지막까지 여야간 대결 상황에서 마무리를 지었다. 여야는 전날 처리를 합의한 법안마저 통과시키지 못한 채, 3일 밤 12시를 넘겨 산회됐다. 특히 이날 한나라당의 일방적인 국회 운영은 야당의 반발을 불러왔고, 한나라당 의원들의 뒤늦은 본회의장 입장으로 법안 처리 시간을 스스로 단축시켰다. 여기에 야당의 ‘지연전술’이 맞물리면서, 2월 국회는 결국 62건의 법안만을 처리한 채 문을 닫았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금산분리 완화를 뼈대로 한 은행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시켜 상임위를 파행시켰다. 이는 곧바로 본회의로 가는 ‘길목’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의 갈등으로 이어지면서, 애초 2시로 예정됐던 본회의는 5시로, 또다시 7시로 잇따라 연기될 수밖에 없었다.
저녁 7시에 본회의장의 문은 열렸지만, 이번엔 의결정족수(재적의원의 과반·150명)가 채워지지 않아, 결국 회기 마무리를 세 시간 앞둔 밤 9시가 돼서야 개회가 선언될 수 있었다. 171석의 한나라당 의원들만 자리를 채웠어도 본회의는 문제 없었지만, 8시40분께까지 140명 남짓한 의원들만 입장해 지도부의 애를 태웠다. 한나라당 원내 지도부는 본회의장에 오지 않은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리며 입장을 재촉했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대다수 의원들이 전날 여야 합의로 ‘상황’이 끝났다고 판단해, 방심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9시께 가까스로 본회의가 열렸고, 인사말이 예정된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은 촉박한 시간을 의식한 듯 30여초 만에 발언을 끝내, 여당 의원들로부터 “잘했어”라는 ‘칭찬’을 들었다. 그러나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를 통한 야당의 ‘지연전술’을 막지는 못했다.
이석현·송영길 의원은 본회의 시작 뒤 곧바로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 김형오 국회의장과 한나라당을 강하게 성토했다. 이 의원은 특히 전날 야당에게 언론 관련법 처리시한을 정하도록 압박한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그렇게 뻔한 소리를 하는데, 무슨 생각할 시간이 그리 많이 필요했냐”고 공격해, 장내 소란이 벌어지면서 20여분이 지난 후에야 상정법안 표결절차에 들어갈 수 있었다. 밤 11시께, 시간에 쫓긴 이윤성 부의장이 공정거래법 등 이날 새로 상정된 법안에 대한 반대토론 시간을 3분으로 제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서갑원 민주당 의원과 강기갑·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되레 10여분이 지연됐다. 이 부의장은 또 이정희 의원의 한국정책금융공사법 반대토론도 받아들이지 않아, 야당 의원들의 반발을 사면서 여기에도 10여분을 ‘빼앗겼다’. 결국 김형오 의장이 다시 나섰지만 시간은 30분도 채 남지 않은 상태였다. 결국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그나마’ 합의했던 저작권법과 디지털방송전환특별법의 표결을 앞두고, 김창수 자유선진당 의원과 이종걸 민주당 의원의 반대토론 도중, 말많고 탈많던 2월 국회는 시한을 넘겨버렸다.
최혜정 송호진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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