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뼘 정치
예산안 대치때 이정희 의원에게 눈물 닦으라며 건네
이 의원, 다시 깨끗이 빨아 감사 카드 넣어 되돌려줘
예산안 대치때 이정희 의원에게 눈물 닦으라며 건네
이 의원, 다시 깨끗이 빨아 감사 카드 넣어 되돌려줘
“따뜻한 마음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10일 오후 홍정욱(사진 왼쪽) 한나라당 의원실에 곱게 갠 흰 손수건이 배달됐다. 여당이 4대강 예산과 노조관계법 등을 강행처리했던 지난 12월3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눈물을 쏟던 이정희(가운데)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홍 의원이 건넨 손수건이다. 손수건 위에는 이 의원이 쓴 새해 인사 카드가 놓여 있었다.
당시 이 의원 등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처리를 막기 위해 오전 8시부터 의장석 앞에 서서 농성을 벌였다. 점심도 거른 채 꼿꼿이 서 있던 이 의원을 보다 못한 한나라당 서병수, 배영식 의원 등이 “잠시 앉아서 쉬라”며 자리로 이끌었다.
하지만 자리로 돌아온 이 의원은 곧바로 펑펑 눈물을 쏟아냈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이런 모습에 “쇼 그만하라”고 비아냥거렸지만, 뒤쪽에 앉아 있던 홍 의원은 이 의원에게 다가가 손수건과 물 한병을 내밀었다. “싸우시려면 더욱 힘을 내셔야 한다”는 위로의 말도 건넸다. 홍 의원은 “생각은 비록 다르더라도, 이 의원이 우는 모습을 보니 진정성이 느껴지고 마음이 아팠다”며 “우리가 거대 여당의 조급함이 있는 것처럼 소수 야당의 절박함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홍 의원의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낸 뒤 다시 의장석 앞으로 향했고, 이날 저녁 8시까지 모두 12시간 동안 꼬박 의장석 앞을 지켰다. 이 의원은 “당시 절망적인 국회의 모습을 마음속에 새겨놓고, 시위하는 우리를 보며 여당 의원들도 함께 성찰하는 기회가 됐으면 했다”며 “일부 야유하는 의원들과 달리 홍 의원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고 말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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