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새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한 전당대회가 열린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홍준표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친이·친박 두번째표 쏠려
서민정책 가속화할 전망
자기만의 정치 펼칠땐
청·원내대표단과 갈등
총선·대선 최대 시험대
서민정책 가속화할 전망
자기만의 정치 펼칠땐
청·원내대표단과 갈등
총선·대선 최대 시험대
홍준표호 전망과 과제
‘당당한 대표’를 내세운 홍준표 대표가 새로 키를 잡은 ‘한나라당호’는 순항할 것인가. “변방에서 중심으로” 진입한 그에겐 당내 계파간 화합을 이끌어내고 정책노선을 재정립하면서 내년 총선과 대선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녹록지 않은 과제가 놓여 있다.
홍 대표는 친이-친박 양쪽에서 비교적 고르게 득표했다.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은 홍 대표의 독자 행보는 “내년 큰 선거를 앞두고 계파 갈등이 이어지면 끝”이란 당내 위기감 속에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결속력이 떨어진 친이 구주류와 이들의 복귀를 저지하려는 친박, 소장파들의 두번째 표도 홍 대표에게 모인 것으로 분석된다. ‘좌충우돌하는 포퓰리스트’란 보수 쪽의 비판 속에서도 당 서민정책특별위원장을 맡아 내놓은 친서민 정책들은 그의 개혁적 이미지를 강화했고, 이는 최근 당내 ‘대세’인 개혁적 흐름과 맞아떨어졌다. 원내대표, 최고위원 등의 경력과 야당의 공세를 막을 ‘전투력 있는 장수론’을 내세우며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를 시도한 게 내년 선거가 불안한 한나라당 지지층에게 먹혀든 것 같다.
1996년 신한국당 의원으로 당선돼 정계에 진출한 홍 대표는 이재오 장관, 김문수 지사 등과 함께 ‘저격수’로 불리며 대여 공격의 선봉에 섰다. 이후 내리 4선에 성공한 그는 2006년 서울시장과 2007년 대선 후보에 도전했으나 당내 경선에서 쓴잔을 들었다. 2008년 정권교체 뒤 첫 여당 원내대표를 맡은 그는 지난해 전대에선 안상수 전 대표에게 462표 차로 패했다. 이후 그는 서민정책특별위원장을 맡아 ‘진보적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며 독자적인 정치적 영역을 구축했다.
홍 대표는 서민정책에 가속페달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홍 대표는 당선 뒤 한 기자회견에서 “대표로서 서민특위 위원장직을 겸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서민특위 위원장 시절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특허 탈취를 막는 하도급법 개정안, 대출 이자율 상한을 정한 대부업법 개정안을 주도한 바 있다. 그는 “당 대표가 되었으니 중지를 모아 주거대책과 변칙처리된 대부업계 이자율 인하(39%→30%)도 다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당청관계에선 당 우위 노선을 추진할 전망이다. 홍 대표는 당청관계를 모래시계에 비유하며 “초기에는 청와대에 모든 힘이 집중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민심을 잇는 힘은 당으로 내려와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홍 대표의 독주가 두드러지면 원내대표단이나 청와대와의 마찰을 부를 것이란 관측도 있다. 홍 대표는 이번 전대에서 무상급식은 ‘세금급식’이라며 반대했고, 법인세 추가 감세는 중소기업에 한해 해야 한다고 밝혀 황우여 원내대표의 신주류와 정책적 이견을 노출했다. 서울의 한 초선 의원은 “자기 생각대로만 정책을 끌고 간다면 원내대표단과는 물론 청와대와 갈등이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정책을 상의 없이 불쑥 내놓는 건 야당이나 하는 것”이라며 “당의 요구를 정부가 응하지 않을 땐 당에서 치고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4월 총선은 홍 대표의 명운이 걸린 시험대다. 계파적 이해가 엇갈리는 공천 문제를 풀지 못하면 지도력은 급속히 추락할 수밖에 없다. 홍 대표는 취임 첫 과제로 “계파 타파”를 외쳤지만 친이계의 반감과 ‘제 정치를 하는 것 아니냐’는 친박계의 의구심 속에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 총선에서 진다면 단명을 피하기 어렵다. 한 의원은 “총선 때까지 반한나라당 정서를 당 대표 혼자서 되돌려 놓기엔 역부족일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뿐 아니라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들이 상처 입지 않도록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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