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땐 인적구성 관심 끌며 변화 예고
당명 교체 빼곤 줄제동 ‘초라한 성적표’
“박 위원장이 단호한 쇄신 미루기 때문”
당명 교체 빼곤 줄제동 ‘초라한 성적표’
“박 위원장이 단호한 쇄신 미루기 때문”
“말만 시끄럽지 제대로 쇄신을 한 게 뭐냐. 이제는 박근혜 비대위에 대한 기대도 접었다. 4월 총선은 개인기로 뚫는 수밖에 없다.” 27일로 출범 한 달을 맞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박근혜)에 대해 25일 쇄신파의 한 의원이 내린 평이다. 비대위원인 주광덕 의원도 이날 정치쇄신분과 회의에 앞서 “설에 만난 젊은 보수들은 현재 비대위에서 하는 쇄신에 별다른 감동이 없더라”며 “내용과 속도 면에서 좀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준표 대표 체제가 붕괴하면서 출범한 비대위는 초반에는 20대 신진 청년부터 70대의 경세가까지 모인 인적 구성 등으로 관심을 끌었다. 첫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과 관련된 최구식 의원의 자진 탈당을 요구하는 등 초반에는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박 위원장도 “재창당을 뛰어넘는 개혁”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등 한나라당의 대변화와 쇄신을 예고했다.
하지만, 비대위가 그동안 내놓은 결과물은 애초 예상에 비해 매우 빈약하다는 평가가 많다. 정치분야에서는 공천 물갈이와 관련해 하위 25%를 무조건 탈락시키고, 지역구 20%를 전략공천 한다는 정도가 합의된 결정 사안이다. 이마저도 실제 적용 과정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정치분야 쇄신의 줄기에 해당하는 재창당이나 중앙당 폐지 등 쇄신파가 요구한 사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폐기되거나 보류됐다. 대신 다음달 초로 예정된 전국위원회에서 당명을 고치는 선에서 정치분야 쇄신 작업이 대충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이 가장 역점을 둔 정책분야 성적표 역시 초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케이티엑스(KTX) 민영화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카드수수료와 등록금 융자 이율을 낮추기로 한 것 정도가 눈에 띄는 성과로 꼽힌다.
그러나, 정책 방향이나 기조를 변경하는 핵심적인 부분은 줄줄이 제동이 걸려 없던 일이 됐다. 유통재벌 규제 방안이 한때 검토했지만, 내부 반발에 부딪혀 없는 일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벌의 출자총액제 부활 문제도 ‘보완’이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핵심을 비켜갔다. 시대 변화에 맞게 당 정강정책에서 ‘보수’라는 용어를 빼자는 논의도 소모적으로 진행됐다. 대북정책 유연화도 내용이 없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이날 “그동안 실세 공천 배제, 이명박 대통령 탈당 등 별 도움이 안 되는 논란만 무성했지 국민이 변화를 느낄 만한 쇄신을 하지 못한 것은 김종인, 이상돈 위원 정도를 빼고는 내공이 없는 사람들로 비대위가 구성된 것에도 원인이 있지만 더 본질적인 이유는 총선보다 대선에 관심이 많은 박 위원장이 모호한 화합과 결속을 앞세워 단호한 쇄신을 반대하거나 미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보수 용어 삭제나 출총제 부활 보류, 유통재벌 규제방안 포기 등은 모두 박 위원장이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 내부 사정을 아는 한 인사는 “박 위원장은 그런 방향전환이 이뤄질 경우 소속 의원들의 탈당 러시가 이뤄질까 우려한다”며 “앞으로 경제민주화 정책과 관련해서는 김종인 위원과, 중앙당 폐지 등 정치쇄신과 관련해서는 이상돈 위원과 박 위원장이 정면으로 부딪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이상돈 한나라당 정치쇄신분과위원장이 2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분과회의에 앞서 휴대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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