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일 오전 국회에서 새 당명 결정을 위해 열린 비대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쇄신 아니라 유신”
“묘지의 침묵 같다”
비공개 석상 비판
“묘지의 침묵 같다”
비공개 석상 비판
“떠들어봐야 힘도 없고 득도 안 된다. 지금은 그냥 ‘(지도부) 마음대로 하시라. 일단 총선에서 내가 살고 난 다음에 봅시다’ 하고 있다.”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최근 공천위원 인선 파동과 당명 개정 과정에서 드러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비민주 리더십’ 논란에 대해 5일 이렇게 말했다. 불만이 많지만, 나서서 문제삼을 의욕조차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새누리당 의원의 상당수가 이번 공천위원 인선과 당명 개정 과정에 대해 속으로 부글부글하면서도 공개적 표출은 자제하고 있다. 친박계 유승민 의원과 쇄신파 남경필 의원 등 몇몇이 의원총회 개최(7일)를 요구하는 등 비판 의견을 낸 것 정도다. 정두언 의원은 트위터에 “공천위원에 대해 의원들에게 나름대로 조사한 결과, ‘내가 이런 분들께 심사를 받아야 하나’하는 자괴감이 대부분”이라며 “그런데 모두 벙어리 냉가슴”이라고 적었다.
한 재선 의원은 진영아 공천위원 낙마 사태와 극소수에 의존한 일방적 당명 개정 과정에 대해 “비대위 초기 비대위원 인선이나 이명박 대통령 탈당 논란 등보다 훨씬 심각한 불통·반민주·반쇄신 행태다. 쇄신이 아니라 유신 같다”고까지 말하면서도, “공개적으로 나설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집단 침묵의 가장 큰 원인은 박 위원장이 쥔 총선 공천권이다.
영남권의 한 의원은 “박 위원장과 비대위 결정에 동의해서 침묵하는 게 아니라, ‘이건 아니다’ 생각하면서도 말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게 다 공천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비대위가 공천권을 쥐고 연일 ‘50% 물갈이’ 얘기를 하고 있으니 의원들로서는 말 잘못 하면 밉보이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의원은 “공천위원의 흠결을 문제 삼았다가 그 사람이 안 바뀌면 피해는 나한테 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공천권 쥐면 점령군이다. 다들 그 앞에서 꼬리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6일부터 닷새간 공천 신청을 받은 뒤 16일 이후 공천심사에 들어갈 예정인데, 갈수록 의원들의 ‘지도부 눈치보기’는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의원들의 침묵은 ‘말해봐야 소용 없다’는 자포자기 성격도 크다. 서울의 한 초선 의원은 “비대위에 대해 말을 해도 통할 것 같지 않고, 박 위원장이 변할 것 같지도 않다”며 “총선 코앞에서 중앙당 신경 쓰기보다 ‘각자도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박 위원장과 각을 세워온 친이명박계는 “우리가 무슨 말만 하면 ‘박근혜 흔들기’라고 하지 않느냐”며 몸을 숙이고 있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당내에서는 공천 관련 권력구도에서 약자이고, 당 바깥에서는 ‘한 집안에서 그만 좀 싸우라’고 한다”며 “7일 의총에서도 조용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두언 의원은 “의총에서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하냐가 문제”라며 “창피한 얘기지만 박 위원장은 (의총장에) 안 계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의 측근들은 주변에 ‘자제와 단합’ 메시지를 돌리고 있다.
결국 의원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침묵하는 가운데 당과 박 위원장이 함께 곪아가고 있다는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지금의 침묵은 ‘묘지의 침묵’이다. 쥐죽은 듯 고요하지만 뭔가 섬뜩하게 느껴지는, 조용히 불길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지금이야 내 총선에 결정타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모른 체하고 있지만 어떤 계기가 생기면 박 위원장의 리더십에 감당 못할 불만들이 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피해는 박 위원장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게 의원들의 중평이다. 서울의 한 의원은 “비대위 운영에서 보여주는 하나하나가 박 위원장의 이미지를 쌓는 것인데 이러다가는 ‘이명박보다 더 하다’는 잔상이 남을 것”이라며 “대선 국면에서 벌어질 리더십 검증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황준범 성연철 기자 jaybe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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