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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평범한 2030들의 정치도전 ‘나는 국회의원이다’

등록 2012-02-07 21:18수정 2012-02-08 13:51

“학생들이 권유” 기간제 교사…
“두렵지만” 사표 낸 직장인…
국민선거인단 앞 경연 채비
“인기투표 우려 커” 지적도
“회사 다니며 두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가장입니다.” “등록금과 취업 걱정에 시달리는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민주통합당 청년비례 국회의원 선발에 지원한 372명이 유튜브에 올린 자기소개 동영상을 보면 가장 많이 들리는 단어가 ‘평범’이다. ‘나는 1%가 아닌 99%’라는 고백이다. 교수, 변호사, 의사, 성공한 사업가, 시민운동가 등 특별하고 비범한 이들로 가득한 ‘여의도’에 “나는 평범하다”는 이들이 도전하는 이유는 뭘까.

한민정(34)씨는 고등학교에서 국사를 가르친다. 기간제 교사다. 대학 졸업 뒤 4년간 행정고시에 매달렸지만 실패했다. 교육대학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안정적 직장을 바랐다. 결과는 비정규직 아니면 실업이었다. 학교들은 기간제 교사를 지원할 때마다 온갖 서류를 요구했다. 번번이 퇴짜를 놓았다. 실업급여를 신청했다. 공무원들은 ‘부정수급자 아니냐’며 범죄자 대하듯 했다. 한씨는 “학생들에게 사회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가르쳤다”며 “이번엔 거꾸로 학생들로부터 권유를 받아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정현(31)씨는 지난 6일 2년여 다닌 회사에 사표를 냈다. ‘청년비례 선발에 지원했다’고 알렸더니 회사 쪽이 난감해했다. 도리가 없었다. 신씨는 “우리 세대와 이 시대를 대변할 기회가 찾아왔으니, 안정적인 직장생활에 머물기보다는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는 “두렵기도 하지만, 학자금 대출금과 가족 생계는 저녁에 대리운전을 해서라도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그에게 정치는 낯선 게 아니다. 군 입대 전 ‘만18살 선거권 낮추기 운동’을 벌여 입법청원까지 성사시킨 경험이 있다.

박충훈(28)씨는 국회의원실 9급 비서다. 비정규직이다. 백원우 민주당 의원실에서 일한다. 박씨는 “국회에서 일한 2년은 실망의 기간이었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국민을 실망시키고 청년을 좌절시키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기 때문이다. 그런 국회를 바꾸고 싶다는 것이 그가 도전하는 이유다.

이들 ‘평범한’ 지원자들은 앞으로 토론과 면접 등을 거쳐, 19~45살 신청자로 구성될 국민선거인단 앞에서 공개연설 등 정해진 과제를 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들이 살아온 삶을 이야기해야 하고 앞으로의 꿈을 밝혀야 한다. 민주당은 ‘스펙(경력)이 아니라 스토리(삶의 과정)를 통해 새로운 청년 국회의원을 뽑겠다’고 한다. 최종 4명은 비례대표 당선 가능권 순번을 받게 되고 1위 득표자는 당 최고위원에 임명된다. 가능성 있는 정치인 후보들을 찾아내 공천하는 정당 고유의 권한을 국민에게 열어준 이벤트라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스토리와 감동에 주목하다 지원자의 식견·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대중들은 논리적 이해보단 감성적 감동에 더 끌리기에 ‘인기투표’가 될 수도 있다. 진학부터 취학까지 경쟁만 강조하는 분위기를 우려하는 정당이 경쟁으로 청년 대표를 뽑는 게 옳으냐는 비판도 있다. 청년층의 대변자를 청년층에서만 구하는 게 옳은지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온다.

선발 과정에 참여해온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미국학)는 “이해당사자들이 있는 해당 집단에서 직접 대표를 뽑아 의회에 진출시키지 않고 엘리트 계층에서 정치적 대변자를 구하는 식으로만 나아가면 미국처럼 엘리트 정치화할 우려가 크다”며 “대중이 참여하는 경선은 어마어마한 검증작업”이라고 말했다. 대중의 ‘집단지성’이 답을 줄 것이란 얘기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국회에 들어가 뭘 하느냐다. 송경재 경희대 교수(인류사회재건연구원)는 “실업이든 복지든 정책은 당 정책위에 맡길 수 있다”며 “청년비례대표는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하며 정치와 젊은 세대의 창구 역할을 하는 등 특화된 역량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7·18대 공천에 이미 20대 대학생을 비례대표로 공천한 바 있는 진보정당들은 지역에서 승부를 보려고 한다. 통합진보당 관계자는 “당의 청년위원회와 학생위원회에는 오랜 세월 청년운동을 이끌어온 이들이 수백명 있다”며 “이번 총선에서도 서울에서만 3곳에 20대 후보가 출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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