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이 8일 오후 4·11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당사 회견장으로 들어서면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총선 불출마 선언…“새누리 원래 공천 안주려해”
‘나꼼수’ 고발했다 ‘부메랑 결정타’ 맞은 셈
‘나꼼수’ 고발했다 ‘부메랑 결정타’ 맞은 셈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이 8일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해 10월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에서 남편의 기소청탁 의혹을 제기한 주진우 <시사인>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데 따른 역풍을 맞은 격이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더이상 이런 논란으로 당에 부담 주고 싶지 않다”며 “당을 위해 물러서겠다.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나 전 의원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당에 대한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온갖 거짓 음해와 선동이 난무하고 있다”며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이런 논란에 맞서기는커녕 이를 빌미로 저를 끌어내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의 공천 과정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지금의 공천 과정은 어이없고 원칙이 없다”며 “공당의 공천 아니라 사당으로서의 공천이 의심될 대목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건이 없었어도 (당은) 나에게 공천을 주지 않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새누리당 최고위원에 당선되며 정치인으로서 성공 가도를 달리던 그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고액 피부과 논란 등에 휘말리며 패배한 이후 정치적 위상이 급전직하했다. 지난해 10월 나꼼수의 주진우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것은 나 전 의원의 불출마를 초래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나꼼수가 지난 28일 나 전 의원의 남편 김재호 판사로부터 기소청탁을 받았다고 진술한 박은정 검사의 실명을 밝히면서 이 사건이 새 국면을 맞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은 이날 남편의 기소청탁 의혹과 관련해 “남편은 기소청탁한 적이 없고, 법관으로서 직분과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도 무책임한 음해와 선동에 계속해서 맞서겠다. 그리고 떳떳하게 돌아오겠다”며 재기 의지를 밝혔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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