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공천 점검
‘친이 보복·친박 특혜’…내부서도 “이건 너무 심하다”
경북 대부분 경선 “친박현역 살리려는 모양 갖추기”
도덕성도 오락가락…변화 걸맞은 새인물도 드물어
‘친이 보복·친박 특혜’…내부서도 “이건 너무 심하다”
경북 대부분 경선 “친박현역 살리려는 모양 갖추기”
도덕성도 오락가락…변화 걸맞은 새인물도 드물어
“1인 당권 체제라서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다.”
새누리당이 4·11 총선에서 전체 246개 지역구 가운데 76%(187곳·경선 포함)의 공천을 마친 11일, 공천을 받은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새누리당 공천의 가장 큰 특징이 ‘친이명박계는 웬만하면 죽이고, 친박근혜계는 웬만하면 살린다’는 점이라는 데 공천 탈락자는 물론 친박계 안에서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강조한 시스템 공천, 도덕성 공천, 쇄신 공천은 이미 무색해졌다.
‘친이 보복, 친박 특혜’ 공천의 대표적 사례는 서울 성동갑이다. 이곳은 이재오 의원의 핵심 측근이자 이명박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진수희 의원이 탈락하고, 박근혜 위원장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소속 김태기 단국대 교수가 공천을 받았다. 진 의원은 여론조사 하위 25% 컷오프 대상에도 들지 않았고, 김 교수와 여론조사에서도 20%포인트 가까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의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공천은 밀실 보복 공천, 국민 불통 공천이라는 말 말고는 설명이 안 된다”며 “12일까지 당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않으면 당을 나가겠다”고 주장했다.
서울 중랑갑도, 유정현 의원이 청목회 후원금 문제로 탈락한 자리에 친박연대 출신의 김정 비례대표 의원을 공천한 것을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당이 2월 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의원은 3.1%로, 유 의원(37.6%)에 한참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한 의원은 “유 의원을 배제한다면 다른 후보들을 놓고 경선이라도 붙였어야 한다”며 “경선을 해야 할 곳은 안 하고, 경선 없이 쇄신해야 할 곳은 경선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친박계 현역 의원이 다수인 경북 지역에 대해서는 대부분 경선을 하고 있다. 경선은 현역에 유리해, “친박 현역을 살려주기 위한 모양 갖추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친박계 인사는 “친박들이 교묘하게 많이도 해먹고 있다”고 말했다.
도덕성 기준도 높였는지 의문이다. 새누리당은 “혐의만으로도 공천에서 배제할 수 있다”(권영세 사무총장)며 ‘도덕 공천’을 강조했으나, 저축은행 비리 의혹을 받은 윤진식(충북 충주)·이성헌(서울 서대문갑) 의원을 “기소되지 않았다”며 공천했다. 또 수해 지역에서 골프를 쳐 제명당했던 홍문종 전 경기도당 위원장(의정부을)에게 경선 기회를 부여했다. 경기도의 한 공천 탈락자는 “새누리는 더이상 도덕 공천이니, 쇄신 공천이니 하는 말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명과 정강·정책을 대폭 바꾼 데 걸맞은 ‘새 인물’도 아직까지 안 보인다. 오히려 진실화해위원장 시절 영문 발표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민중반란’, 제주 4·3항쟁을 ‘공산주의자가 주도한 모반’이라고 표기한 이영조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서울 강남을에 공천해 논란을 자초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은 “경제민주화 등 새 정강·정책에 맞는 공천자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은 또 애초 전체 지역구의 30%(74명)에 여성을 공천하겠다고 했으나, 현재까지 여성 공천자는 9명뿐이다. 또한 지역구 후보자의 80%(197명)를 국민참여경선으로 뽑겠다고 밝혔으나, 경선 지역은 45개에 불과하고 그나마 대부분(29곳)이 여론조사 경선이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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