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꼽는 기본권 조항 개편-
실업·빈부격차 심화·저출산
정보사회 고도화 등 맞춰
약자보호·자유권 확대 등 시급
실업·빈부격차 심화·저출산
정보사회 고도화 등 맞춰
약자보호·자유권 확대 등 시급
헌법은 크게 존엄한 존재로서 국민이 누려야 할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기본권 조항’과 통치형태 및 국가기관들의 관계를 규정한 ‘권력구조 조항’으로 나뉜다. 그동안 9차례 헌법 개정의 방향은 기본권 보호와 신장이라는 헌법의 근본 취지보다는 권력구조를 어떻게 바꾸느냐에 맞춰졌다는 점에서 그 한계가 명확했다.
물론 헌법의 기본권 조항은 기본권의 유보와 제약을 헌법적으로 정당화한 7차 개헌(유신헌법)을 제외하면 ‘문서상’으로나마 꾸준히 강화돼온 게 사실이다. 문제는 1987년 민주화 열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현행 헌법 역시 30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변화한 사회 환경과 국민들의 인식을 담아내는 데 많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헌법이 대처하지 못하는 새로운 사회문제들로 헌법학자들은 “실업자와 비정규직 양산, 빈부격차 심화, 고령화와 저출산, 지방자치 확대, 외국인 노동자 유입과 국제결혼 급증으로 인한 다문화 사회의 도래, 정보사회의 고도화로 인한 개인정보 보호의 사회문제화” 등을 꼽는다. 헌법이 불변의 문서가 아니라 시대를 반영하면서 사회가 추구해야 할 미래적 가치를 담아내는 살아있는 규점이란 점을 고려하면, 기본권 조항의 개정은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시민운동을 통한 아래로부터의 개헌을 주창하는 김형기 경북대 교수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2장의 ‘국민’이란 표현을 포함해 사회변화에 맞게 손볼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학계가 대체로 합의한 부분은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인간’으로 확대하고, 차별금지의 사유를 대폭 확대해 사회경제적 약자와 소수자까지도 포괄하자는 것 등이다. 아울러 언론·출판의 자유를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까지 확장하는 ‘자유권의 확대’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저출산 해소를 위한 모성 보호 강화, 정보기본권 확보, 토지공개념 도입, ‘근로의 의무’ 조항 삭제, 남녀 고용조건 평등과 동일노동 동일임금 보장 등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런 기본권 개헌 논의는 결국 ‘국제인권 기준에 맞춘 개헌’으로 귀결한다. 학계에선 ‘유럽연합 기본권 헌장’을 적극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이 헌장은 전통적인 시민·정치·경제·사회적 권리뿐 아니라, 문화·생태적 이해관계, 개인정보의 보호, 유전자 조작과 관련된 생명윤리 등 새로운 시대의 가치를 집대성한 ‘21세기의 권리장전’으로 불린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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