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교섭단체 4당 원내수석부대표가 28일 오전 국회 더불어민주당수석부대표실에서 처음으로 만나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박완주(더불어민주당), 김선동(새누리당), 정양석(개혁보수신당), 김관영(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여야가 내년 1월1일 출범할 예정인 국회 개헌특별위원회를 5개 정당의 의원 36명으로 구성하고, 29일 본회의를 열어 개헌특위 구성안을 의결하기로 합의했다. 개헌특위가 출범하면 정치권의 개헌 논의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권력구조 개편과 대통령 임기 단축 문제, 개헌의 시기 등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서로 의견이 달라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박완주(더불어민주당)·김선동(새누리당)·김관영(국민의당)·정양석(개혁보수신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8일 만나 애초 18명으로 꾸리기로 했던 개헌특위 규모를 확대해 민주당 14명, 새누리당 12명, 국민의당 5명, 개혁보수신당 4명, 정의당 1명 등 총 36명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개헌특위 위원장은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이 맡기로 했다.
개헌특위 활동이 시작되면, 그동안 정치권 안팎에서 들끓었던 개헌 논의가 일단 국회의 틀 안에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더 체계적인 토론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조기 대선이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에서 정작 구체적인 쟁점이 논의 테이블에 올라오면, 각 당과 주요 대선주자들이 생각하는 방향이 상이하기 때문에 오히려 개헌 논의가 헛돌 가능성도 있다.
주요 대선 주자들은 적절한 개헌 시점부터 의견이 갈린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대선 때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고 2018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로 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2020년 총선 전인 2019년 말에 개헌을 하자고 주장한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김부겸 민주당 의원 등은 대선 전에도 개헌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대선에서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대통령이 개헌을 추진하자는 방향을 내놓았을 뿐 구체적인 로드맵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서도 아직 초보적인 논의 수준이다. 손학규 전 대표는 독일식 의원내각제를 주장하고, 유승민 개혁보수신당 의원은 4년 중임제에 찬성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등은 예전에 대통령 4년 중임제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으나 최근엔 구체적인 방안을 밝히지 않았다.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권한 집중이 문제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도 있다.
개헌이 이뤄질 경우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느냐도 예민한 쟁점이다. 그동안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3일 미국 뉴욕에서 새누리당 충북 지역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개헌은 필요하며 임기 단축도 가능하다”고 말해 개헌론에 뛰어들었다. 박원순·이재명 시장 등도 “임기 조정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안철수 전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는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임기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개헌 의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로드맵을 밝히는 게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임기는 권력구조 개편에 따른 종속변수인데, 메인 이야기를 안하고 종속변수만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도 지난 21일 “임기 단축은 내각제 개헌 같은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지금 그런 얘기할 단계가 아니지 않느냐”고 말한 바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내년 6월 이전 조기 대선이 이뤄지면 물리적으로 대선 전 개헌이 불가능하다”고 전망하면서 “개헌특위가 내년 1월부터 가동되고 개헌해야 한다는 의원이 210명이 넘기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되든 개헌특위는 굴러가고 결국 20대 국회에서 개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경화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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