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지지율 한자릿수의 ‘마이너리거’였던 이재명 성남시장이 두자릿수 지지율의 ‘빅리그’ 주자로 승격된 데는 ‘사이다 발언’으로 알려진 특유의 직설화법이 주효했다.
‘사이다 이재명’의 시작은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 앞에서 진행한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관련 기자회견이었다. 지나가던 중년 여성이 ‘지겹다. 세월호 노란 리본 좀 떼라’고 하자 이 시장은 “어머님의 자식이 죽어도 그런 말 하실 겁니까? 어머니 같은 사람이 나라 망치는 거예요”라고 쏘아붙였다. 이 장면이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확산됐고, ‘변방 장수’에 불과했던 이재명의 존재를 사람들 뇌리에 각인시켰다. 11월 시작된 ‘촛불 정국’은 이재명을 ‘전국구 스타’로 부상시켰다. 문재인 전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유력 주자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을 입에 올릴 때 그는 ‘탄핵’과 ‘구속 수사’를 주장했다. “박근혜가 청와대 정문을 나서는 순간 반드시 수갑을 채워 구치소로 보내야 한다”는 집회 발언은 ‘촛불 민심’의 핵심부를 파고들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12월9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뒤 이 시장의 지지율은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고, 그에 대해선 ‘말만 그럴듯한 정치인’ ‘불안한 포퓰리스트’라는 부정적인 언급이 늘어갔다. 한때 18%를 기록해 야권 1위 문재인 전 대표(20%)를 위협하던 이 시장의 지지율(한국갤럽 2016년 12월6~8일 조사)은 한 달 뒤 12%(한국갤럽 2017년 1월10~12일)로 내려앉은 뒤 좀체 반등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가 ‘대표 공약’으로 제시한 기본소득 정책은 22일 같은 당 소속인 안희정 충남지사로부터 ‘세금 거둬 나눠주는 공짜 복지’ 취급을 당했다.
23일 출마선언에서도 이 시장은 ‘포퓰리즘’ 시비를 논박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안 지사의 전날 발언에 대해 “국민이 낸 세금을 국민에게 환원하겠다는데 ‘공짜’라고 하나. 신중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남시장으로서) 포퓰리즘이라 불리는 청년배당, 산후조리 지원 등을 해냈는데, 이걸 하려고 빼놓은 더 중요한 과제가 무엇이 있느냐”고 반박했다.
이 시장 쪽은 포퓰리즘 논란을 구체적인 수치와 근거를 제시해 정면돌파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시장은 이날 “작은 일을 잘하는 사람이 큰일도 잘한다. 작은 일도 못하는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면 갑자기 잘할 수 없다”고 했다. 행정 경험과 실적에서 다른 주자들보다 우위에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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