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애석하기 짝이 없다, 일어나선 안 될 일”
이종걸 “저의 스승이자 정치적 기준점이었다”
‘공안검사’ ‘인권변호사‘ ‘노동운동가’ 길을 달라도
노회찬 의원 마지막 길 조문 ‘추모는 한마음’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지난 24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졸업한 경기고 동창들이 노 의원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하기 위해 빈소를 찾았다. 특히 경기고등학교 72회(1976년 졸업) 동창들은 걸출한 사람들이 많아 그동안 화제를 몰고 다니기도 했다.
지난 24일 늦은 오후 노 의원의 빈소가 마련된 신촌 세브란스 장례식장에 추모를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는 조문객 사이로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띄었다. 검은 양복을 입은 황교안 전 총리가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채 조문객들과 같이 줄을 서 있었다. 황 전 총리는 노 의원의 동창이었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가는 길은 달랐다. 노회찬 의원은 또 다른 동창인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고등학교 1학년 때인 1973년 10월 유신선포 1주년을 맞아 반유신 유인물을 뿌렸지만, 황교안 전 총리는 학생회 대신 만들어진 학도호국단의 연대장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나중에 ‘노동운동가(노회찬)’ ‘인권변호사(이종걸)’ ‘공안검사(황교안)’의 길을 각각 가게 된다. 황 전 총리는 당시 조문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애석하기 짝이 없다.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과거 인연에 대해 묻자 “안타깝다. 같이 잘 모시기 바란다”고 대답했다. 친구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나긴 했지만, 그동안의 거리감이 묻어나는 발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노 의원이 ‘삼성 떡값 검사 폭로’로 의원직을 상실한 안기부 엑스(X)파일 수사 당시 이 사건 수사팀을 지휘한 사람은 황교안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었다. 2016년 탄핵 정국 당시에는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의에서 노 의원이 황 전 총리를 상대로 “대한민국의 실세 총리가 있었다면 최순실이다. 나머진 다 껍데기다. 알고 계시지 않나”라고 물었고, 황 전 총리는 “그렇게 속단할 일 아니다. 국정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고 맞섰다. 이에 노 의원은 “속단이 아니라 뒤늦게 저도 깨달았다. 지단이다”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왼쪽부터 황교안·이종걸·노회찬 고교 졸업사진. <와이티엔(YTN) 화면 갈무리>
반면 정치적 거리가 더 가까웠던 이종걸 의원의 경우 노 의원이 숨진 23일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누구보다도 칼날같이 자기검열을 평생 했던 사람이다. 그렇지만 타인에게는 누구보다도 너그러운 기준을 갖고 있던 정말 상상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마지막까지 저의 스승이자 정치적 기준점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좋은 세상을 같이 만들자고 했던 그 믿음을 노 의원도 갖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제가 꼭 그 뜻을 같이 실현할 마음”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외에도 김용덕 전 대법관, 성낙송 사법연수원장,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고승덕 전 의원 등도 같은 동기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TV> 정치 논평 프로그램 | ‘더정치’ [화보 노회찬 진보정치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