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김관영,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특별재판부 설치 추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바른미래당이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 문제로 또다시 내홍 조짐을 보인다. 김관영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 원내대표와 함께 특별재판부 도입을 추진하기로 하자, 당내 보수 성향 이언주·지상욱 의원이 공개 반발한 것이다. 이달 초 ‘4·27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 여부를 놓고 내분이 일었던 상황이 되풀이되는 모양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26일 <교통방송>(tbs) 인터뷰에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안을 발의했지만 특별재판부 도입 주장은 내가 제일 먼저 했다”며 “사법 농단 문제를 사법부에 맡겨놓는 건 도저히 안 되겠다, 그래서 영장전담법관, 1·2심 재판부를 별도로 구성해 사법 농단 사건만 재판할 수 있는 별도 재판부를 구성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면 이 법안은 통과되기 어렵다. 어떻게든 설득해 이 법에 찬성하도록 위헌 소지가 있는 점들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홍영표(민주당)·장병완(민주평화당)·윤소하(정의당) 원내대표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재판부로는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특별재판부 설치를 주장했고 자유한국당에 동참을 요구했다.
이에 바른미래당 소속 보수 성향 의원들은 즉각 반박했다. 이언주 의원은 전날 밤 페이스북에 “원내지도부가 한 번도 당내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 지난번 판문점선언 비준동의 문제 때도 당내 논의 없이 동의해준다고 했다가 혼란을 일으키고 사과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이러는가”라며 비판했다. 이 의원은 “특별재판부 건은 판문점선언 비준보다 더 중차대한 문제다.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의 헌법정신에 반하는 발상으로 명백히 위헌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같은 당 지상욱 의원도 “사법농단을 막겠다면서 더 심각한 사법농단을 저지르고 사법체계를 허물고 있다”며 “이 중차대한 문제를 의원들과 논의조차 하지 않고 다음 주에 특별재판부 논의를 하자고 의원총회를 소집한 김관영 원내대표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은 ‘중도’ 성향의 국민의당 출신과 ‘보수’ 성향의 바른정당 출신이 모였지만 아직 ‘화학적 결합’이 되지 않아, 주요 이슈마다 당내 이념적 견해차가 불거지고 있다. 이달 초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지도부는 ‘비준 동의’에 긍정적이었지만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찬성도 반대도 아닌 입장으로 봉합되기도 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