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5일 새벽 서울 남대문시장을 방문해 시장 상인과 인사 후 상인이 파는 김밥을 사서 맛보고 있다. 연합뉴스
‘5·18 민주화운동 왜곡·망언’ 파문을 일으킨 의원들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자체 징계가 기약 없이 늦어질 전망이다. 김영종 자유한국당 윤리위원장이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황교안 대표는 윤리위원장 재선임 등 후속 절차에 소극적이어서 지도부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자유한국당은 5일 황교안 체제 이후 첫 의원총회를 연다. 이번 의총은 새 지도부와 의원들 간 상견례 및 국회 현안 논의를 위해 소집됐다. 하지만 5·18 망언으로 당 윤리위에서 제명 결정을 받은 이종명 의원에 대한 제명 동의 표결 안건은 의총에 올리지 않았다.
이 의원은 윤리위 결정이 있던 날부터 10일 안에 재심을 청구하지 않아 곧바로 의원총회 표결 절차를 앞두고 있다. 의총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찬성을 얻으면 징계안이 통과된다. 이럴 경우 이 의원은 무소속 신분이 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이 의원과 함께 윤리위에 회부됐던 김진태·김순례 의원의 징계 수위가 정해지면 같이 절차를 밟겠다는 방침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리위에 추가 징계안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도 살펴봐야 한다”며 “마냥 늦출 것은 아니고, 윤리위의 추가 징계를 살피면서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임명된 김영종 윤리위원장이 전날 사의를 표명하면서 전당대회 출마를 이유로 징계가 유예됐던 김진태·김순례 의원 징계도 늦어질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전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따르는 게 맞다”고 사의 이유를 밝혔다.
조경태 최고위원 등 지도부는 황교안 대표에게 윤리위원장 재선임을 해서라도 조속히 윤리위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황 대표는 아직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빨리 윤리위를 열어 전당대회로 멈춘 징계 절차를 진행하는 게 올바르다”고 말했다. 징계 대상인 김순례 의원이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지도부에서 징계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그는 “윤리위가 엄정한 잣대를 갖고 판단하리라 본다. 같은 최고위원이라고 해서 봐주고 안 봐주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기자들에게 김순례 의원이 최고위원 신분으로 자신의 징계안을 ‘셀프 의결’하게 될 것이란 우려에 대해 “지도부 자신이 포함된 안건은 제척 사유에 해당해 배제하고 의결한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지도부가 5·18 망언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고 시간을 끄는 것이 결국 당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내부에서도 나온다. 3월 국회에서 각종 여권발 의혹을 방어해야 하는 더불어민주당이 5·18 망언을 반격 소재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윤리위원장 재선임으로 징계가 늦어지는 건 지도부의 새로운 걱정거리다. 이 문제를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미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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