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과는 자유한국당이 해야 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자유한국당의 ‘패스트트랙 철회와 사과’ 요구를 일축하면서 한 말이다. 지난달 말 ‘패스트트랙 대치’ 국면에서 회의장을 ‘육탄 봉쇄’한 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도둑놈이 매를 드는 격”이라고 공격한 것의 연장이다. 한국당을 국회로 복귀시키려고 공을 들여온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난감한 처지가 됐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오후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에) 패스트트랙 지정을 철회하고 사과하라는데 거꾸로 된 이야기”라며 “국회 사무실에서 점거농성을 하고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을 감금한 한국당이 먼저 정중하게 사과하고 국회를 정상화하는 것이 올바른 절차”라고 역공했다.
이 대표의 발언에 한국당은 ‘발끈’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또 처음부터 싸우라는 거냐”며 “적반하장이라는 네 글자밖에 생각이 안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당이라면 일방적으로 (패스트트랙을) 강행해 국회 파국을 불러온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한국당의 국회 복귀를 설득해온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곤혹스러운 기색이다. 일단 민주당은 15일 바른미래당 새 원내대표가 선출되는 대로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을 추진할 방침이다. 한국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5당 여야정 상설협의체 재가동’ 제안을 거부하며 내놓은 ‘3당(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 여야정 협의체’ 요구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국회 현안을 해결한다는 확답이 있다면 나경원 원내대표가 말한 3당 여야정 협의체를 청와대에 건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여전히 ‘급한 것은 한국당과 나경원 원내대표인데, 우리가 애써 꽃길을 깔아주어야 하느냐’는 회의론이 강하다. 하지만 지난 연말 5당 원내대표 합의를 지키지 못하고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진 상황에 대해서 ‘여당으로서 유감 표명 정도는 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당 일각에서 나온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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