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장외투쟁’ 돌입 열흘 만에 국회를 찾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국회의원을 늘리자는 정치인과 정당은 내년 총선에서 국민들에게 심판받을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과 야권 일각에서 나오는 ‘의원 정수 확대론’을 거세게 비판했다. 황 대표의 발언은 선거제 개편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따른 당 내부 동요를 막고 국민의 ‘반정치’ 정서를 자극해 여론 지형을 흔들어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황 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나라가 벼랑 끝에 있는데 여야 4당은 국회의원을 늘릴 궁리만 한다. 연동형 비례제를 해도 의원 수는 늘지 않는다며 패스트트랙을 밀어붙여 놓고는 잉크도 마르기 전에 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파렴치한 주장에 국회의장까지 부화뇌동하는데,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발언은 ‘선거제 개편을 저항 없이 완수하려면 의원 정수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시민사회와 정치권 일부의 논의를 겨냥한 것이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제 개편안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225 대 75’(현행 253 대 47)로 정하고 있어, 유권자 규모가 적은 농어촌이나 구도심 지역구는 통폐합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와 정치권 일부에선 의원 정수를 10% 안팎으로 늘려 현역 의원들의 저항을 최소화하고, 농어촌의 지역 대표성 약화도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역구 의석수가 많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한국당 안에서도 선거법 개정 논의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며 “황 대표의 강경한 발언은 정수 확대 활로를 막고, 패스트트랙 철회를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선거제 개편과 권력구조 원포인트 개헌을 동시에 추진하자’는 여권 일부의 제안에 대해서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이라 어렵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날 보수 유튜브 채널 ‘김광일의 입’에 출연한 나 원내대표는 ‘원포인트 개헌이 선거법 개정안 처리의 선결조건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개헌을 갖고 (선거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고 난색을 표했다. 선거제 개편 요구가 있을 때마다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헌법 개정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반박해온 그가, 정작 선거법 개정과 개헌을 함께 논의하자는 제안이 들어오자 ‘시간 부족’을 이유로 거부한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선거법 개정 논의 초창기에는 (권력구조 개헌을) 한번 해보자고 했다. 이를 통해 사실상 의원내각제로 가자는 것이고, 결국 국가의 틀을 바꾸는 것인데 선거가 1년 남아서 실질적으로 어렵다”고 부연했다.
비례성이 강화된 선거제 시행을 위한 두 가지 핵심 제안이 한국당 ‘투톱’에 의해 모두 거부되면서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제 개편안의 합의 처리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나 원내대표는 선거법 개정안을 “문재인 선거법”으로 깎아내리며 “민주당과 정의당이 항상 과반을 차지하고 조금만 더 하면 개헌 의석을 확보하는 법안인데 어떻게 (한국당이) 받겠느냐”고 반감을 드러냈다.
정유경 이지혜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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