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5일 오후 국회 중앙홀 농성장에서 ‘문 정권 국정농단 3대 게이트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문희상 국회의장이 16일 본회의를 열겠다고 예고하며 교섭단체 3당 간 협의를 강하게 압박했지만, 자유한국당은 주말 내내 협상 문을 걸어 잠근 채 대여 공세와 이를 위한 여론전에 집중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문재인 정권 국정농단 3대 게이트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이) 예산안 날치기에 이어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과 공수처법, 양대 반민주 악법의 날치기도 예고하고 있다”며 “양대 악법이 통과되면 행정부, 사법부에 이어서 입법부까지 저들의 손에 완전히 장악된다. 한국당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국정 농단과 헌정 농단, 민주주의 농단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대표는 이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민주당과 군소 야합 정당들이 민의를 왜곡하고 표를 나눠 가지겠다고 하는 반의회주의 악법”이라며 “공수처는 청와대의 하명을 받아 공작 정치를 자행하고 권력 비리를 덮는 히틀러의 게슈타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지난주 통과한 512조 예산안에 대해서도 “제1야당이 배제된 채 불법 처리된 총선 매표용 예산이었고, 극단적 복지 포퓰리즘의 마약”이라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한국당은 전날 광화문 장외집회에 이어 이날에는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을 초청해 ‘공수처법 및 연동형 비례대표제 위헌성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황 대표는 16일 예정됐던 서울대 특강도 취소하고, 국회 중앙홀에서 선거법과 공수처법 저지를 위한 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공수처법이나 선거법 관련 협상 가능성을 아예 차단해버린 셈이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회화관 앞에서 열린 대규모 장외집회 `문재인 정권 국정농단 3대 게이트 규탄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심재철 원내대표도 여론전에 가세했다. 심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문희상 의장이 한국당과 민주당이 선거법에 100% 합의했다고 말했는데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라며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제를 완전히 포기한다면 협상할 뜻이 있다. 100% (선거제에) 합의했단 말은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기한 다음에 성립이 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협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단 저쪽(4+1 협의체)이 어떤 식으로 협상하는지, 최종적으로 안이 어떻게 나오는지를 봐야 한다. 대화의 문은 열려 있었다”고 여지를 남겼다. ‘4+1’ 협의체도 단일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균열이 생기는 상황이기 때문에 협상에 뛰어들기보다 일단 지켜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국당은 16일 본회의 첫 안건인 임시회 회기 결정 건부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 부의장을 맡고 있는 이주영 의원은 “국회법과 전례에 비춰 임시회 회기 결정 안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보장할 것을 국회의장단의 한 사람으로서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심 원내대표도 “문 의장이 국회법을 어기고 일방적으로 회기를 결정한다면 직권남용과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문 의장을 형사 고발하겠다. 또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할 것이고, 국회에 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도 내겠다”고 날을 세웠다.
한국당 내부에서도 이미 협상은 물건너갔다는 말이 나온다. 황 대표의 태도가 워낙 강경하기 때문이다. 대구·경북 지역구 출신의 한 의원은 <한겨레>와 만나 “황 대표가 죽기를 각오하고 투쟁한다고 농성까지 하는 상황 탓에 (여권의) 어지간한 (양보)안으로 타협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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