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마음 한 장] ‘동물국회’의 상징이 된 ‘노루발못뽑이’

③ 강창광 선임기자가 꼽은 2019년 마음 한 장

2019년, 여러분이 웃고 울었던 현장에 ＜한겨레＞ 사진기자들도 있었습니다. 한 해를 정리하는 맨 마지막날까지 그 마음에 남은 사진 한 장들을 모았습니다. 새해에도 우리 사회와 사람들의 마음을 잇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다짐하며 `2019년 마음 한 장'을 9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셋째는 국회 출입기자인 강창광 선임기자가 꼽은 사진들입니다.

국회 사무처 직원과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의원 및 보좌진들이 지난 4월 26일 새벽 국회 본청 7층 의안과 앞에서 선거제 개혁 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 제출을 둘러싸고 몸싸움을 하던 도중 쇠지렛대를 뺏으려 서로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회 사무처는 “새벽 의안과 사무실에 사용된 쇠지렛대, 장도리 등의 물품은 모두 국회사무처의 시설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물품”이라며 “점거된 의안과 출입문을 열기 위해 국회사무처 경위 직원이 사용했다”고 밝혔다. 강창광 선임기자 [e-mail]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선거제도개혁법과 검찰개혁법의 수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에 합의를 이루며 23일 밤 선거제도개혁법이 먼저 본회의에 상정됐습니다. 1년 동안 강경 투쟁의 길을 택한 자유한국당은 24일 오전 현재까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창과 방패의 대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들 개혁 법안들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표결처리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것은 지난 4월이었습니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싼 여야 대치 과정에서 `동물국회'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국회선진화법이 무용지물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특히 물리적 충돌이 밤새도록 이어진 곳은 국회 본청 7층 의안과 앞이었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은 팩스로 의안과에 접수했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한국당의 제지로 접수가 막혀 발의에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의안과를 둘러싸고 일진일퇴를 거듭하던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갈등은 급기야 ‘노루발못뽑이’와 ‘장도리’가 등장해 정점에 다다랐습니다. 땀으로 범벅돼 서로 뒤엉킨 여야는 고함과 구호로 맞섰습니다. 언제까지 의안과 앞 충돌이 이어질지 알 수 없었지만 이틀에 걸친 몸싸움은 다소 싱겁게 끝났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 접수가 국회 전자 입법발의시스템을 통해 성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자유한국당이 봉쇄를 해제했습니다.

2012년 5월 국회선진화법 도입으로 볼 수 없었던 `동물국회'는 이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법안 처리가 마무리되는 대로 국회법을 위반한 상당수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사법처리가 뒤따를 전망입니다. 내년 4월에는 새 선거법에 의한 총선이 치러집니다.

패스트트랙 정국을 지켜본 국민의 여야에 대한 심판은 결국 투표로 이뤄질 것입니다. 그런데 21대 국회는 달라질 수 있을까요?

강창광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