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30일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을 처리한 더불어민주당이 뒤이어 계획했던 검경수사권 조정안 상정을 다음 임시회로 미뤘다. ‘쪼개기 임시회’를 열어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설치 법안까지 잇달아 처리한 터에 곧바로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상정하면 ‘퇴로도 만들어주지 않고 야당을 밀어붙인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자유한국당 안에도 수사권 조정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원이 적지 않다고 보고, 극적인 막판 합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수사권 조정안은 상정하지 않고 공수처법만 표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실제 민주당 안에는 연말에 선거법과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에 오른 개혁법안들을 한국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연이어 강행 처리해온 만큼, 연초부터 다시 한국당과 충돌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했다. 게다가 77시간여 동안 선거법과 공수처법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진행한 뒤 연초에 다시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기엔 여야 모두 누적된 피로가 적지 않다. 민주당 지도부 역시 수사권 문제만큼은 한국당과 합의를 위해 최대한 노력해보겠다며 물밑 접촉을 시도할 방침이다.
문제는 ‘전면전’을 선포한 한국당의 태도가 여전히 완강하다는 점이다.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한국당이 극렬하게 반대해온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잇달아 강행 처리한 직후여서 감정이 극도로 악화돼 있다.
일정한 냉각기를 거친 뒤에도 한국당과의 합의 처리가 어렵다면 민주당은 ‘4+1 공조 체제’를 다시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4+1 협의체’는 이날 일부에서 제기한 ‘경찰 비대화’ 우려와 관련해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고 사법경찰직무에 종사하지 않는 경찰의 사법경찰직무 개입·관여 금지, 수사의 독립성 및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입법을 지체 없이 추진한다”는 합의문을 발표했다. 또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지 않을 때 검사가 재수사를 요청하도록 한 형사소송법(제245조8)과 관련해서도 ‘재수사 요청의 반복을 막기 위해 세부적인 사항’을 정하기로 합의했다.
수사권 조정안은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2개 법안에 걸쳐 있기 때문에 한국당이 법안마다 필리버스터를 진행한다면 임시회를 두차례 더 열어야 표결을 마칠 수 있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다음달 3일이나 6일에 본회의를 열어 형사소송법을 먼저 상정할 방침이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