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19.20호 영입인재 환영식을 마친 뒤 영입인재 1호인 최혜영교수부터 20호인 최기상 전 서울북부지방법원 판사까지인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총선 후보자 공천 심사가 한창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인적 쇄신의 폭이 그다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현역 의원 상당수가 당내 경쟁자가 없어 ‘현역 물갈이’ 폭이 제한적인데다, 외부인사 수혈도 영입 과정에서 불거진 크고 작은 잡음들로 당 안팎의 기대치가 낮아진 탓이다.
■ 무경선 공천…물갈이 실패 우려
민주당은 오는 17일부터 사흘간 공천 신청자가 한명뿐인 지역에 대해 추가 공모를 받기로 최근 결정했다. 현역 의원 출마자 109명 가운데 지역구에 당내 경쟁자가 없어 단독 후보로 등록한 64곳과 원외 인사가 1명씩 출마한 36곳 등 100곳이 대상이다. 민주당은 이르면 주말부터 복수의 예비후보가 맞붙는 경선 실시 지역을 먼저 발표할 예정이다. 경선 없이 후보가 정해질 가능성이 큰 지역이 늘면서 ‘공천 물갈이는 물건너갔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당이 뒤늦게 자구책을 내놓은 것이다.
추가 공모를 통해 ‘무경선 공천’ 지역을 최대한 줄여보겠다는 계획이지만, 경선이 치러지더라도 현역 프리미엄이 워낙 강해 추가적인 공천 신청자가 얼마나 나올지 미지수다. 현역 의원은 인지도가 높고 조직이 탄탄해 본선 경쟁력과 무관하게 경선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게 중론이다. 여기에 당이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명단을 비공개한 것도 현역 의원 기득권을 보호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실제 지난달 의원들에게 평가 결과가 개별 통보될 때만 해도 20%에 해당하는 22명 가운데 일부가 불출마 선언을 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지만, 그런 움직임은 전혀 없었다.
수도권 지역구의 민주당 예비후보는 “하위 20% 대상자에 대한 ‘컷오프’(공천 배제)가 사라지면서 사실 정치 신인의 기회는 더 좁아졌다. 명단마저 비공개하고 있으니 현역 의원의 자발적인 불출마가 아니면 물갈이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 이벤트성 외부 영입도 효과 미지수
외부인사 영입도 현역 물갈이와 함께 인적 쇄신의 상징적 수단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효과가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게 당내 여론이다. 영입 레이스 초반에는 ‘공관병 갑질’로 비판받은 박찬주 예비역 육군대장을 영입한 자유한국당과 대비를 이루며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다. 당시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한겨레>에 “입 쩍 벌어질 만한 영입 인사가 많이 준비되어 있다. 처음에 제일 센 사람을 발표하고 시시해지는 게 아니라 뒤로 갈수록 더 센 사람들이 많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자신감은 ‘인재영입 2호’ 원종건(27)씨가 데이트폭력 의혹이 불거지며 타격을 입었다. 정치적 자질보다 ‘스토리’에 치중하면서 정치를 ‘이벤트화’한다는 비판을 사기도 했다. 수도권의 한 민주당 의원은 “영입인재 검증 실패는 실수라고 치더라도 스토리 위주의 다른 영입인사들 면면을 보면 참 답답하다. 이러다 한국당이 물갈이에서 성과를 거두면 분위기가 뒤집힐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든다”고 말했다.
다양한 분야의 젊은 인재를 수혈하겠다는 목표와 달리 영입인재 20명 가운데 6명(30%)이 법조인 출신인데다 20대는 한명도 없고, 30대는 5명에 불과한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사법농단을 고발하는 데 앞장섰던 판사를 3명이나 잇따라 영입한 것도 무리수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이수진 전 수원지법 부장판사와 최기상 전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직 판사에서 정치권으로 직행하는 경우라 논란이 더 컸다. 무리한 판사 영입이 사법개혁이라는 의제 자체를 정파적 이슈로 비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법원 내부망에 현직 판사들의 비판이 잇따랐던 점도 민주당으로선 적잖은 부담이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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