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국회에서 2월 임시국회 의사일정 조율을 위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불안 심리가 확산되는데, 여야는 국회 특위의 명칭 등 민생과 동떨어진 문제로 힘겨루기를 벌여 눈총을 받고 있다.
11일 오후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만나 2월 임시국회를 오는 17일에 소집하기로 합의했다. 4·15 총선 선거구 획정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끼리 협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날도 여야는 신종 코로나 대응을 위한 특위는 다음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지난주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협상에서 접점을 찾지 못해 원내대표단으로 공을 넘겼지만,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앞서 여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초당적으로 대응하기로 합의했지만, 일주일 넘게 특위 이름을 무엇으로 할지를 놓고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다. 민주당은 ‘신종 코로나 특위’를 제안했지만, 한국당은 특위 명칭에 ‘우한’이 들어가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미 세계보건기구(WHO)도 질병 명칭에 지역명을 쓰지 말라고 권고한 상황에서, 정부가 중국 눈치를 보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 위해 한국당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여야는 선거구 획정 문제를 행안위 간사 테이블에서 협의하도록 절충안을 마련했다. 앞서 민주당은 행안위를 열어 선거구 획정을 논의하자는 의견이었지만, 한국당은 원내대표가 지정한 의원들로 별도의 기구를 만들자고 주장해왔다. 선거구 획정 논의가 시작된 뒤 여야가 조율해야 할 쟁점이 산적해 있는데, 여야가 협의 채널 문제로 줄다리기를 벌이며 시간을 보낸 셈이다.
민주당은 선거구 획정을 별도 기구에서 논의하자는 한국당의 요구가 당 실세로 꼽히는 김재원 정책위의장의 입김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당 김재원(상주·군위·의성·청송), 강석호(영양·영덕·봉화·울진), 박명재(포항남·울릉) 의원의 선거구 조정이 임박하자 김 의장이 협상에 개입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번 절충안 마련은 김재원 의장에 대한 당내의 부정적 여론이 커지자 지도부가 한발 물러선 결과로 풀이된다.
이지혜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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