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선거의 승패를 가를 중도층 표심이 더불어민주당에서 눈에 띄게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에 50% 안팎의 지지를 보냈던 중도층이 ‘조국 사태’와 검찰-법무부 갈등, 부동산값 폭등과 경기 침체 등 연이은 악재에 실망해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여권 지지에서 이탈한 중도층은 어느 정당에도 마음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한겨레>가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2017년 5월부터 올해 2월 둘째 주까지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니, 중도층의 이탈은 민주당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중도층의 민주당 지지율은 집권 초 47%에서 이달 첫째 주 32%로 큰 폭 하락했다가 지난주 35%로 반등했다. 민주당이 압승했던 2018년 6월 지방선거 당시(54%)와 견주면 19%포인트 하락했다. 자유한국당과 정의당에서도 최근 2~3개월 사이 중도층 이탈이 상당했지만 낙폭은 민주당이 가장 컸다. 장덕현 한국갤럽 연구위원은 “여전히 중도층의 민주당 지지율이 30% 이상이라 ‘중도가 등을 돌렸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민주당에 상당한 불만이 쌓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이 중도층 공략에 계속 실패하고 있지만 다른 정당이 중도층 표심을 사로잡은 것은 아니다. 한국당을 향한 중도층 표심은 지난해 10월 ‘조국 사태’로 정점(21%)을 찍은 뒤, 지난주 16%까지 떨어졌다. 정의당도 문재인 정부 초반 6%로 시작해 등락을 반복하다 지난주 5%를 기록했다. 민주당에서 이탈한 중도층이 그 어디에도 흡수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앞서 한국갤럽이 14일 발표한 조사 결과(지난 11∼13일 조사·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중도층에서 ‘정부 견제를 위해 총선에서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50%로,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39%)을 앞섰다. ‘정부 지지론’이 ‘정권 심판론’을 앞섰던 한 달 전 조사와 정반대 결과가 나온 것도 민주당을 긴장시키는 대목이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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