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들이 26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4·15 총선이 49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온 나라에 비상이 걸리면서 정치권도 ‘코로나 총선’을 치러야 할 처지가 됐다. 이미 ‘심각’ 수준으로 격상된 코로나19는 기본적으로 여당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고, 야당 역시 방역 대응에 올인하고 있는 정부를 향해 심판론을 전면에 내걸기 쉽지 않아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위기감이 극도로 고조되고 있는 쪽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다. 서울 지역의 한 민주당 의원은 26일 “코로나19가 블랙홀이다. 모든 걸 빨아들이고 있다. 결국 집권당이 욕먹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앞으로 잘 대처하면 또 모르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집권당은 대패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도권의 다른 민주당 의원도 “방역 대응 자체에 선방하더라도 경제 위축이 문제”라며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더라도 경제 후폭풍이 이어지면 여당에는 무조건 악재”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건 미래통합당도 마찬가지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이날도 페이스북에 “어제 정부 여당이 대구경북 지역을 봉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그대로 두면서 대구경북은 봉쇄한다니, 대구 시민 경북 도민들께 이 무슨 망발이냐”고 비판했다. 하지만 황 대표의 이런 주장은 전날 대통령까지 나서 ‘전파와 확산을 최대한 차단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한 것에 귀를 막은 행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야권의 한 인사는 “실언은 그 자체로 비판하면 된다. 다만 ‘실언’이 아닌 ‘지역 봉쇄’로 단정하고 계속 정부를 공격하면 위기를 선거에 활용하려고 한다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을 공격할 수 있는 모든 의제가 묻혀버린 점도 통합당으로서는 난관이다.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정부의 미숙한 코로나19 대응 탓에 수도권 민심 변화가 느껴진다”면서도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이나 검찰개혁 갈등 등 대여 공세의 흐름이 끊겨 우려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소수 야당은 현 국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이다. 김종대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재난 상황에선 보수주의적 심리가 커지기 마련이다. 진보정당에 코로나19는 근본적으로 위기”라며 “정책토론회 등 미디어를 통한 선거운동을 활발히 하고 싶지만 거대정당 후보들은 대체로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 바른미래당이 통합해 만든 ‘민생당’의 합당 선언도 코로나19 사태에 가려져 거의 이목을 끌지 못했다.
‘정치 신인’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수도권의 한 예비후보는 “당분간 선거운동을 중단하라 했을 뿐 당에선 아무 대책이 없다. 답답해서 아침에 시민들과 멀찌감치 떨어져서 팻말 들고 출근길 인사를 했지만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예비후보는 “인지도에서 불리한 신인들은 마음고생이 심하다. 이런 특수 상황에서 선관위가 선거운동 방법을 대폭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지혜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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