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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여권, “정당연합” vs “분할투표” 엇갈리는 비례전략

등록 2020-03-03 05:00수정 2020-03-03 07:35

뉴스분석
통합당 ‘비례 싹쓸이’ 위기감에
민주당, 선거연합정당 저울질
정작 정의·민생·민중당은 반대
‘전략 투표’ 유권자 운동 떠올라
더불어민주당 비례공천관리위원회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면접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비례공천관리위원회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면접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위성정당을 앞세운 미래통합당의 비례의석 싹쓸이 가능성이 현실화하면서 이를 막기 위한 여권과 진보진영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제시한 ‘비례용 위성정당’(비례민주당) 창당론이 진보진영 내부에서 거센 비판을 받으면서 여권과 진보적 소수정당, 시민사회 원로그룹의 ‘대위성정당 전략’은 두 개의 흐름으로 분화하는 양상이다. 민주당과 정의당, 민중당, 녹색당 등 진보 소수정당이 모두 참여하는 가설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를 함께 내자는 ‘선거연합정당론’과, 가설정당을 만들지 말고 각자의 지지층이 지역구 투표는 민주당에 하고 정당투표는 소수정당에 몰아주도록 유권자 운동을 조직하자는 ‘전략적 분할투표론’이다.

최재성 “민주당은 비례 후보 내지 말아야”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은 단 한명의 비례대표 후보도 내지 않을 테니 국민에게 기형적이고 민심을 왜곡하는 비례한국당을 찍지 말아 달라고 호소해야 한다”며 “비례대표공천관리위원회 자체를 해체하자”고 당 지도부에 제안했다. 최 의원의 이런 요구는 진보진영 일부가 제안하고 민주당 지도부가 수용 여부를 검토 중인 선거연합정당론이 아니라,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제안한 지역구-정당투표의 전략적 분할투표론에 가깝다. 민주당이 정당득표율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얻을 수 있는 7석 안팎의 비례대표 의석을 과감히 포기해, 민주당 지지층의 정당투표가 가치·정책을 공유하는 소수정당들로 분산되도록 유도해야 미래통합당이 점유할 수 있는 비례의석의 크기를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는 최 의원과 같은 목소리가 아직 소수다. 지도부는 지난 28일 주권자전국연대 등이 제안한 ‘선거연합정당론’의 수용 여부를 신중히 저울질하는 분위기다. 각 정당의 비례대표를 모아 일종의 가설정당인 ‘정치개혁연합’(가칭)의 이름으로 선거를 치르고 선거가 끝나면 당선자들을 소속 정당으로 돌려보내 정치개혁을 완수하자는 제안이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작은 정당들과 연대해서 국정을 운영하라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에 비춰 검토할 수 있는 방안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반응한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 진보진영 시민단체들이 추진하는 ‘정치개혁연합'은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을 신고할 예정이다. 창당 발기인으로는 함세웅 신부, 한완상 전 교육부총리, 영화배우 문성근씨,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씨 등 60여명이 참여한다.

정의·민생·민중당은 ‘반대’

문제는 정작 민주당이 가설정당의 파트너로 생각하는 소수정당의 반응이 ‘선거연합정당’에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정의당은 전날에 이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강민진 대변인은 “꼼수에 똑같은 꼼수로 대응하겠다는 ‘비례민주당’ 기획은 아무런 명분이 없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미래통합당의 꼼수정치에 정면으로 맞서고, 진보개혁진영의 더 큰 승리를 위해 정당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당의 이런 입장은 선거용 연합정당을 만들지 말고, 지금의 정당구도에서 선거를 치르더라도, 선거 막바지가 되면 미래통합당이 제1당 지위에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한 개혁·진보 유권자 블록의 전략투표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이날 민생당·민중당도 ‘반대’ 입장을 결정했다.

녹색당과 미래당은 결론을 유보했다. 녹색당 관계자는 “당내에서도 참여 여부에 대해 이견이 많다. 전 당원 투표로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했다. 미래당도 “논의해볼 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같은 소수정당이라도 원내 의석을 가진 정당과 그렇지 않은 원외정당 사이에 온도차가 뚜렷한 셈이다.

‘선거연합당’ 대 ‘분할투표론’ 왜 갈리나?

각 정당의 입장이 엇갈리는 것은 현행 선거제도 아래서 의석 확보에 대한 셈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현행 제도 아래서 별도의 비례정당 창당이나 선거연합 없이 정당득표율을 40% 수준까지 끌어올릴 경우 7석 안팎의 병립형 비례대표 의석 확보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럴 경우 다른 소수정당의 정당득표율이 줄어들어 이들이 가져갈 수 있는 연동형 의석수는 10석 이내로 쪼그라들게 된다. 이는 원내교섭단체 진입을 노리는 정의당이나 의석수 확대를 노리는 다른 원내 소수정당들엔 치명적이다. 게다가 선거연합정당을 꾸리더라도 원내 소수정당은 선거법 개정 당시 기대했던 의석 증가폭에 크게 못 미치는 의석을 확보하게 된다. 선거연합으로 확보한 연동형 의석을 민주당과 다시 나눠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으로선 ‘비례민주당’이 사실상 어려워진 이상, 선거연합정당은 매력적인 대안일 수밖에 없다. 미래통합당의 1당 등극을 막을 수 있는데다, 내부 협상 결과에 따라 병립형에서 얻을 수 있었던 7석 이상의 비례의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의당 등 원내 소수정당이 방향을 전환하지 않는 이상, 총선까지 남은 일정상 이번주가 넘어가면 선거연합정당은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이 경우 진보개혁진영으로선 ‘유권자 운동을 통한 전략적 분할투표’에 기대를 거는 것 외엔 선택지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민주당으로선 비례대표를 아예 내지 않거나, 비례대표는 내되 ‘○○당에 투표해달라’며 전략투표를 유도할 수도 있다.

서영지 황금비 이지혜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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