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맨 오른쪽)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참석자의 발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용 ‘선거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전 당원 투표를 12일 오전 6시부터 24시간 동안 실시한다.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 등 당의 핵심 의사결정기구들이 ‘참여’ 쪽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만큼, 이번 투표는 지도부의 결정을 ‘당원의 이름으로’ 추인하는 형식적 절차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하지만 당 안팎에는 선거연합정당 참여가 반드시 민주당에 유리한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 낙관해선 곤란하다는 의견 역시 만만찮다. ‘합류파’의 시나리오가 담지 못한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 민주당 지지율, 비례연합정당으로 이전될까?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주장하는 쪽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연합정당 지지로 대체로 이동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낯선 정당명에 정당 번호마저 후순위로 밀린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더 큰 위험요인은 ‘비례대표 명부’에 숨어 있다. 이해찬 대표는 11일 “(연합정당의 비례대표 명부) 앞순위는 소수정당에 배정하고 뒷순위에서 우리가 할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양보만으로 위험요인을 제거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앞순위에 어느 당 후보를 몇명 배치할지는 각 당의 사활적 이해가 걸린 문제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공개발언에서 “연합정당의 후보 순번을 정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이 후순위로 양보를 한다 해도 상당한 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효과적으로 선거연합정당으로 이전한다는 보장도 없어 보인다”고 거듭 우려를 나타냈다.
연합정당에 파견할 후보는 각 정당이 자율로 선정하기 때문에 민주당이 ‘후보 리스크’를 통제할 수 없다는 점도 위험요인이다. ‘의제와 전략 그룹 더모아’의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민주당이 앞순번 후보들은 보증해주고 당선시키는 구조인데, 민주당이 그들을 검증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파견된 후보에게서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면 누가, 어떻게 정리하겠느냐”고 반문했다.
■ 의원 이동, 선거법 위반 논란 등 위험요인 산적
정당 번호를 끌어올리기 위해 현역의원의 당적을 옮기는 것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유권자들에게 ‘꼼수’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 때문인지 당내에선 ‘현역의원 이동 없이 선거를 치르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재성 의원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에 나와 “한국당의 1당 확보를 저지해야 한다고 공감대를 형성한 유권자들은 그런 방식(정당 번호 끌어올리기)이 아니어도 충분한 투표 행위를 통해서 심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당 소속의 비례대표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현행 선거법상 가능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선거법 88조가 “후보자는 다른 정당이나 선거구가 같거나 일부 겹치는 다른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본인 선거운동을 하면서 부수적으로 다른 후보자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면서도 “위성정당은 전례가 없기 때문에 위법 여부는 구체적 사례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면 7~8석이라는 확실한 현금을 챙길 수는 있다. 그러나 어떤 정치적 행위든 거기엔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연합정당 참여의 반작용으로 지역구에서 얼마나 의석을 잃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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