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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소수당 원내진입 돕겠다더니…최소 명분조차 걷어찬 민주당

등록 2020-03-19 05:00수정 2020-03-19 07:25

비례연합 당명 ‘더불어시민당’
‘시민을…’, 자체 후보 공모 착수
“열심히 활동한 정당들은 배제…
차라리 독자 창당이 낫다” 비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더불어민주당이 친문 지지자 중심의 플랫폼 정당 ‘시민을위하여’와 함께 비례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하기로 했다. 이번 주말까지 비례대표 후보 선정 절차를 마무리짓는 등 본격 창당 작업도 시작했다. 하지만 시민사회는 물론 당내에서조차 녹색당·미래당 등을 배제한 것을 두고 ‘소수정당 원내 진입’이라는 창당의 최소 명분조차 내팽개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 당명 ‘더불어시민당’…“노골적인 위성정당” ‘시민을위하여’ 우희종·최배근 공동대표는 1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자환경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가자!평화인권당,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연합정당 협약을 체결했다. 6개 정당은 ‘단 하나의 구호, 단 하나의 번호’로 21대 총선 정당투표에 참여할 것”이라며 “당명은 ‘더불어시민당’”이라고 밝혔다. 민주당과 ‘시민을위하여’의 이름을 합친 당명으로 ‘민주당의 위성정당’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민을위하여’는 자체 시민사회 후보를 내겠다며 이날부터 공모 절차에도 착수했다. 비례연합정당이 17석 안팎을 차지할 것으로 가정하면 민주당 몫을 빼고도 최대 10석이 남는데 원외 정당만으로는 이를 다 채우기 어렵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시민을위하여’는 이번 주말까지 참여 정당들이 파견한 후보와 자체 영입 및 공모를 통해 준비한 후보들 중 최종 후보를 추릴 계획이다. 후보 검증은 ‘시민을위하여’ 자체 공천심사위원회가 맡는다. 소수당이 파견한 후보가 부적격으로 판정되면 소수당 몫을 보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 최배근 공동대표는 “국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면 어느 정당도 절대 (후보 확정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은 합의됐다”며 “각 소수정당에 3명까지 후보를 추천할 기회를 주지만 공심위를 통과하지 못하거나 결격 사유가 있으면 한 명도 배당이 안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투표용지의 기호를 끌어올리기 위해 민주당 현역 의원의 파견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민주당과 관계없이 불출마 의원 중 저희가 개인적으로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고, 우희종 대표도 “최소 열 분 정도를 모실 예정이다. 그래야 미래한국당에 대응한다는 취지가 산다”고 말했다.

■ “차라리 독자 창당이 낫다” 민주당이 민주화운동 원로들이 주도하는 정치개혁연합 대신 지난해 조국 사태 당시 이른바 ‘조국 수호’ 집회를 주도했던 ‘개싸움국민운동본부’ 주축의 ‘시민을위하여’를 선택하고, 오래 활동했던 소수정당마저 배제하면서 당 안팎의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비례연합정당을 추진하는 민주당에 마지막 남은 명분은 ‘직접 창당하지 않는다’, ‘선거법 취지를 살려 소수당의 원내 진입을 돕겠다’는 것이었지만, 사실상 두 가지 모두 무너졌기 때문이다.

하승수 정치개혁연합 사무총장은 “민주당이 정말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이라는 취지를 가지고 있었다면 열심히 오랫동안 활동해왔던 정당들에 문호를 먼저 열려고 노력하는 게 우선”이라며 “녹색당이나 미래당이 ‘시민을위하여’보다는 ‘정치개혁연합’이 플랫폼으로서 적합하다고 판단하자 민주당이 이들을 배제했다. 선거연합정당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녹색당도 이날 당 홈페이지에 올린 공식 입장문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협상을 주도하는 선거연합정당 참여는 여기서 중단한다. (그간) 논의는 민주당에서 주도하는 허울뿐인 선거연합이라 판단하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마저 무색하게 하는 행위라고 강력히 비판한다”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이럴 거면 차라리 ‘비례민주당’을 독자 창당하는 게 나았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 한 중진 의원은 “잔머리만 쓰다가 결국 명분도 실리도 다 잃었다. 지금 함께하겠다는 당들을 과연 소수정당이라고 볼 수 있느냐”며 “이럴 바엔 차라리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직접 창당하는 게 나았을 뻔했다. 정직하게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제는 지금 우리 당 소극지지층이 떨어져 나가고 있다는 것”이라며 “선거에서 상대 진영을 결집시키지 않는 것도 매우 중요한데, 자꾸 (대결) 프레임을 짜서 상대를 결집시키고 있다. 선거 결과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원철 서영지 황금비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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