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4·15 총선에서 180석을 얻고도 줄곧 낮은 자세를 강조하던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힘 있는 여당’ 밑그림 그리기에 나섰다. 4일 민주당 지도부의 ‘브레인스토밍’을 보면, 앞으로 ‘슈퍼 여당’ 민주당이 움직일 방향과 속도를 가늠할 수 있다.
일단 민주당의 기조는 ‘책임성’과 ‘주도권’이다. 민주당은 총선 직후 180석의 ‘무게’를 강조하며 낮은 자세를 취해왔다. 그러나 이제 새 국회가 한달도 남지 않은 만큼 전의를 다잡으며 개혁 과제를 주도해나가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가장 노력을 기울여야 할 현안은 뭐니 뭐니 해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 대응이다.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방역에 어느 정도 성과가 나와 생활방역으로 전환한 상황에서 이후 다가올 비상 경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가 중요해졌다”며 “새 국회에서 다양한 형태로 드러날 경제 위기를 여당이 잘 이끌어가며 해결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앞장서 문재인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한국형 뉴딜’, 재난에 취약한 저소득층의 사회 안전망 구축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건은 이런 정책 추진 과정에서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특히 당내에서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 과정에서 기획재정부가 70% 지급안을 고집해 정책이 제때 시행되지 못한 사례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에서 ‘국민이 어렵다면 그 요구사항을 당이 최우선으로 받아서 추진하고 결정해야 한다. 관료들이 좌지우지하며 진행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기재부에 대한 불만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국민들이 180석에 이르는 거대 여당을 만들어준 만큼 민주당이 정국을 주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널리 형성되어 있는 상태다.
한동안 수면 아래 있던 검찰개혁 등 권력기관 개혁 문제도 주요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이 통과됐지만 패키지 법안이라고 할 수 있는 자치경찰제도 도입 등 경찰 개혁 법안과 국가정보원 개혁 법안 등은 처리되지 않았다. 최고위에 참석한 복수의 의원들은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경찰 개혁 법안이나 법원 개혁 등의 추진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이 대표 역시 권력기관 개혁 문제를 중요하게 얘기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민 여론과 야당의 반대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17대 국회 때 4대 개혁입법을 추진하다가 갈등과 분열로 당 해체에 이른 ‘열린우리당 트라우마’가 뼈에 사무쳐 있다. 그가 이날 개혁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딱 몇개만 집중해서 하자”고 말한 것도 그런 이유다.
즉, 민주당은 앞으로 사회·정치개혁을 주도해 나가더라도, 전선을 광범위하게 전개하기보다는 정밀한 외과수술식 개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 최고위 참석자는 “개헌이나 국가보안법 폐지처럼 반발이 클 수 있는 과제를 추진하진 않을 것이다. 개혁 성과를 낼 수 있는 과제 몇가지를 집중해서 추진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당 전략기획위와 정책위는 당내 다양한 논의를 반영해 이달 말 열릴 당선자 워크숍까지 21대 국회에서 추진할 핵심 정책 리스트를 추릴 계획이다.
정환봉 서영지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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