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3주년 특별연설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전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기초를 놓겠다”는 발언이다. 당장 모든 경제활동인구에 고용보험을 적용하겠다는 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그 대상을 확대하되, 자영업자층은 다음 정부 임기로 확대 적용 시기를 넘기겠다는 뜻이다.
10일 문 대통령이 밝힌 고용보험의
1단계 확대 대상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다. 앞서 정부는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의 보험 가입 요건을 완화하는 등 고용보험 가입을 지속적으로 독려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비정규직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44.9%(지난해 8월 기준)로 정규직(87.2%)의 절반 수준이다. 정부는 이미 고용보험 가입 대상이지만 보험료 부담이나 사업주의 강요 등으로 가입하지 못한 노동자가 360만명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2단계는 특수고용노동자(특고),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예술인 등이다. 실제 근무 형태는 노동자와 다름없지만 법·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른바 ‘가 자영업자’들이다. 이들을 고용보험 울타리 안에 품으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8년 11월 ‘플랫폼 노동자’를 비롯해 특고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 등을 발의해둔 상태다. 이 사안은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돼 있지만, 여야 모두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20대 국회에서 한번도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청와대는 지난해 8월 기준 1352만8천여명인 고용보험 가입자 수를 문재인 정부 임기 안에 2천만명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마지막
3단계는 전체 취업자의 25%를 차지하는 자영업자다. 문 대통령은 자영업자 고용보험 적용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이번 정부 임기 안에는 어렵다는 뜻이다. 여기엔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고용보험료를 사업자와 나눠 내는 노동자와 달리, 자영업자는 온전히 홀로 감당해야 한다. 가입을 강제하면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금도 상시 노동자 50인 미만의 자영업자는 고용보험 가입이 가능하지만, 상당수 자영업자가 고용보험료를 세금으로 인식하고 있어 가입률이 0.5%에 머물러 있다. 자영업자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일부 재정 지원이 불가피하고, 이를 위해선 별도의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게 청와대 생각이다. 청와대는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자영업자를 설득해 지금보다 가입자 비율을 30%가량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국형 실업부조라고 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의 조속한 시행도 약속했다. 이는 고용보험의 혜택을 못 받는 취업준비생이나 장기 실업 상태의 구직자 등에게 구직촉진수당과 맞춤형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지난해 3월 노사가 제도 도입에 합의하는 등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이뤄진 사안이지만, 국회에서 한번도 논의되지 못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11일 해당 법안을 상정해 처음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5월 임시국회를 추가로 열어 야당과 고용보험 확충을 위한 협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날 오후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야당과 합의가 되는 선에서 한명이라도 더 많은 국민이 고용보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 야당이 전향적으로 더 많이 문을 열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지혜 성연철 기자
godot@hani.co.kr